고교3년생 홍현상군 "통발 4년연구 이젠 전문가"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입시공부에 매달릴 중고교 시절 4년 동안을 온가족과 함께 ‘자연 탐구’에 몰입한 고교생이 그 연구과정을 책으로 펴냈다.

‘통발이 뭐야’라는 책을 펴낸 홍현상(洪鉉尙·18·경기고 3년)군이 그 주인공. 통발은 습지에 살며 포충낭을 통해 물벼룩 등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홍군은 중1 겨울방학 때 식충식물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보고 호기심에 사로잡혀 고교 2년까지 상당한 시간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이 통발 연구에 심취했다.

홍군의 부모는 이런 외아들의 호기심을 ‘정신나간 짓’이라고 만류하기보다 그 호기심에 함께 동참해 홍군의 탐구열기를 북돋아주었다.

수질악화로 일반 늪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통발을 채집하기 위해 주말마다 고속도로변 습지를 따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이를 직접 키우기 위해 집안에는 인공연못까지 만들었다. 개인 소유 연못에 들어갔다가 온가족이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고 모기를 수백마리씩 잡기 위해 젖소 농장 우사에서 사흘밤을 꼬박 새우며 모기에게 수도 없이 물어뜯기기도 했다.

그 결과 통발이 꽃을 피우기는 하지만 무성생식으로 번식하고 물벼룩뿐만 아니라 덩치가 큰 모기유충까지 잡아먹기 때문에 모기 번식을 억제하는 천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각종 과학경진대회에서도 10차례 이상 수상경력을 쌓았다.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李相明)박사는 “홍군은 통발 한종류만 놓고 본다면 국내의 어떤 수생생물학자보다도 뛰어난 전문가”라며 “특히 A4지 수백장에 이르는 세밀한 관찰일지는 전문가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고 칭찬했다.

어머니 윤정애씨(42)는 “아들의 연구가 대단한 학문적 성과가 있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온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춘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친구들에게 별종으로 통하면서도 학급반장을 할 정도로 인기도 높은 ‘범생’ 홍군은 “2002학년도부터 특별전형이 대폭 늘어나 한가지 분야만 열심히 해도 대학 갈 길이 열린 후배들에게 나의 경우가 자극제가 된다면 좋겠다”며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해 생태학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