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서 회복 김기창화백, 한국화 열정 여전

  • 입력 1997년 11월 10일 20시 02분


운보 김기창화백(83). 들리지 않는 귀. 침묵속의 열정을 화폭위에 옮겨온지 60여년. 지난해 5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후소회 창립 60주년 기념행사 도중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을 때만해도 병세는 위독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돌봐주신 것 같습니다』 맏아들 김완씨(48)에 따르면 1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김화백의 병세가 호전된 것은 지난 달 말. 충북 청원군 「운보의 집」에 있던 우향(雨鄕) 박래현의 묘소를 옮긴 직후부터였다. 이 묘소에는 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기력을 회복한 김화백은 요즘 부쩍 독백이 늘었다. 한밤중이면 수시로 아들 완씨의 손을 잡고 어두운 대청마루에 앉아 옛일을 회상한다. 『하늘이 주신 천사지. 부인 자랑하면 바보라지만 백번 천번이고 하겠어. 희생만하고 너무 일찍 갔어』 자신이 직접 우향이라는 호를 지어주고 이름도 박래현(朴來賢)에서 박래현(朴崍賢)으로 고쳐준 부인에 대한 사랑은 생전에도 유명했지만 사별후에 더욱 애틋해 보인다. 고혈압과 심장이상으로 한때 의식을 잃고 90㎏이던 몸무게도 60㎏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식을 회복, 마라토너 손기정 등 친구들을 만나고 비디오감상으로 소일하고 있다. 「카사블랑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몇번이고 다시 보는 애장물. 「슈퍼맨」 등 만화영화도 즐겨본다. 『문체부는 문화부와 체육부로 분리해야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린벨트내에는 다른 건물보다 미술관 건립을 허용했으면 좋겠어』 김화백은 최근 자신을 방문한 모대통령후보 부인에게 이같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재벌들이 미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좋은데 한국화에는 소홀한 것 같아 서운하지』 백의민족의 열정을 표현한다며 병상에서도 흰고무신에 붉은 양말만을 고집했던 운보. 한국화와 가족에 대한 열정은 말년에도 끝이 없어 보인다. 한편 그의 미공개작품전이 11일 서울 롯데화랑두곳에서 개막된다. 소공동본점(02―726―4428)은 23일까지, 잠실점(02―411―6932)은 12월7일까지. 연말에 열리는 음성 꽃동네 돕기 미술인 사랑의 나눔전도 준비하고 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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