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이전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이라는 권력의 성격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비타협적 운동밖에는 선택의 대안이 없었지요. 6월항쟁은 합법적인 공간에서 시민운동을 펼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인 경실련 정책실장 河勝彰(하승창·36)씨는 90년대 시민운동의 새시대를 열어온 6월항쟁 세대.
6월항쟁 당시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던 하씨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을 타고 서울 영등포로 가 시위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돌아오곤 했다.
『7월부터 노동자 대투쟁이 불붙었지요. 6월항쟁이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 것처럼 7,8월의 노동자 대투쟁도 수십년간 억압당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한꺼번에 분출된 자연스런 투쟁이었지요』
하씨는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거쳐 지난 92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참여했다. 일방적인 구호 수준에 머물렀던 비판 대신 시민운동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주요 결정인자로 자리잡을 만큼 성장해갔지만 아직도 아쉬움은 크다.
『그해 6월 우리는 모두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됐었지요. 시민운동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모태(母胎)와도 같은 6월항쟁의 「대동(大同)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