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상임위 일방 배정해 팩스 통보한 국회의장… 與 총대 메나

  • 동아일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보낸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 위원 선임 명단 공문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보낸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 위원 선임 명단 공문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조정식 국회의장이 26일 국민의힘 의원들을 임의로 배정한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국민의힘에 팩스로 통보했다. 그러면서 수정 의견이 있으면 29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 원 구성 협상이 거듭 결렬되자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원 구성을 압박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게 바로 독재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내 원 구성 방침을 내세워 18개 상임위 구성 단독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 구성이 한두 달 정도 지연되는 지각 출범은 부끄러운 관행이 된 지 오래다. 이번에도 조작기소 특검 등 쟁점 법안 처리가 달려 있는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 여야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원 구성이 한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이렇게 가파른 대결이 계속된다면 결국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처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일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여야 대치 속에서 타협과 조정을 이루는 게 국회의장의 역할이다. 하지만 조 의장의 행보는 지금 국회에 절실한 설득이나 조율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조 의장은 여야에 24일까지 상임위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야당이 응하지 않자 26일로 한 차례 시한을 연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의장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민주당 출신 조 의장은 현재 무소속이다. 의장의 당적 이탈은 자신이 속했던 정당, 자신을 의장으로 만들어준 정당이 아니라 국회를 대표하라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물론 역대 의장들도 과거 소속 당의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 간 중재자로서 이견을 조율하고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당파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한데 지금의 조 의장은 중립적 조정자는커녕 다수당이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에 올라타 총대까지 멘 듯한 모습이다. 22대 국회 후반기를 시작부터 여야 대치로 열어선 안 된다. 원 구성을 마냥 늦출 수도 없지만 당장 다그칠 일도 아니다. 숙성의 시간은 보이지 않던 타협의 여지도 만들어 낸다. 드러난 선거 부실을 바로잡고 신음하는 민생을 챙기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조 의장은 그 협치를 이끄는 견인차를 자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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