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銀 ‘에이전틱 AI 뱅크’ 전환
AI 스타트업 인수해 기술 내재화
AI 컨트롤 타워, 내부 전파 독려해
현장 중심의 AX 문화 확산 나서
9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열린 NH농협은행 ‘에이전틱 AI 뱅크 비전데이’에서 강태영 NH농협은행장(왼쪽)과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가 투자 계약 서명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금융업계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도입은 이제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 전략의 문제가 됐다. AI를 선도하는 금융사와 그렇지 못한 금융사 간 수익성 지표인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E) 격차가 최대 4%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AI가 금융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기존 방식에 머무는 금융사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NH농협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AI 기술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에이전틱 AI 뱅크(Agentic AI Bank)’ 전환을 선언하고 AI 에이전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애자일소다를 인수했다. AI 에이전트를 은행 업무 전반에 적용해 직원의 생산성과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궁극적으로는 채팅창 하나에서 금융 서비스가 시작되고 끝나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사용자 경험(UX)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자산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선택지를 제안하고, 고객은 실행만 하면 되는 금융 경험을 목표로 한다. NH농협은행은 2030년까지 모든 금융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하는 ‘AI 풀 뱅킹(Full Banking)’을 추진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월 1호(444호)에 소개된 NH농협은행의 AX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기술 내재화 위해 AI 스타트업 인수
농협은행의 이번 인수 결정은 ‘핵심 기술의 온전한 내재화’를 제1원칙으로 삼은 강태영 은행장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AI 에이전트는 한번 구축하고 끝나는 일회성 정보기술(IT) 프로젝트가 아니라 데이터 누적과 피드백 루프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핵심 자산이다. 그간 많은 금융사가 해 온 것처럼 대형 시스템 통합(SI) 기업에 외주를 맡겨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개발 과정의 핵심 노하우를 은행 내부에 남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규제였다. 은행법은 비금융회사 인수 시 타 회사 의결권 지분을 15%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예외 조항은 있지만 금융 당국과의 조율 등이 필요한 탓에 선례가 없었다. 농협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업종은 예외로 두는 조항(37조 2항)을 근거로, 인수 대상 기업이 ‘금융산업에 기여할 업종’에 해당함을 입증해 금융 당국의 공감을 끌어냈다.
● 독립 경영 보장해 혁신 엔진 유지
인수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국내 AI 스타트업 3000여 곳을 스크리닝했다. 에이전틱 AI 원천 기술력, 프로젝트 경험 등을 토대로 애자일소다를 최종 인수 대상으로 결정했다. 2021년 글로벌 IT 리서치 기관 가트너로부터 ‘AI 핵심 기술’ 부문 쿨 벤더에 선정되는 등 기술력이 있고, 금융권을 중심으로 500여 건의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금융 도메인 이해도가 높아 빠르게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농협은행은 인수 이후 애자일소다에 완전한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기민한 스타트업 DNA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농협만의 AX 엔진을 키우는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애자일소다는 최대우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지금과 같이 금융사를 고객사로 독립적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제조와 국방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현장 중심의 AX 문화 확산
AX의 또 한 축은 ‘조직문화로의 체화’다. 농협은행은 먼저 AX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지난해 말 파편화된 AI 전략, 데이터 분석,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기능을 한데 묶어 부행장급 조직인 ‘AI 데이터 부문’을 신설했다. IT 부문은 테크사업(CIO)과 테크솔루션(CTO) 부문으로 확대하고, 디지털 부문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중심으로 새롭게 편제해 기술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였다.
아래로부터 혁신을 확산하는 ‘보텀업(Bottom-up)’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AX 프런티어’ 77명도 선발했다. 이들은 현업에서 업무를 하면서 병목 구간을 발굴해 직접 에이전트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무에 투입하고 있다. 총괄 부서 주도의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 AI 도입의 효용을 직원들이 서로 전파함으로써 AX 문화가 자리 잡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하반기에는 비개발자 직군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각자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는 농협 자체 AI 플랫폼 ‘NHAIS(나이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현장의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IT 솔루션을 자급자족하는 ‘시티즌 디벨로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 남은 과제는 보안과 신뢰 확보
농협은행은 내년까지 총 100개의 업무용 및 고객 서비스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채팅창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UI·UX 구현을 위해 통합 챗봇 에이전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을 통해 금융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지만, 강 행장은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금융의 경쟁력은 고객과 깊이 연결돼 최적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객이 체감할 만한 효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혁신이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고도의 보안 체계와 기술 신뢰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고객에게 편의뿐 아니라 ‘안전하게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에이전트’라는 신뢰를 쌓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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