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 이야기]144년 만에 완공… 인간의 신념이 만든 ‘신의 창조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8일 22시 50분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 서거 100주기
생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미완성… 정밀한 모형-도면 남겨 건축 이어와
첨탑에 십자가 정점… 172.5m 높이
내달 10일 교황 방문해 완공식 계획

건설 타워크레인이 동원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성당은 최근 중앙 첨탑 꼭대기에 십자가가 설치돼 172.5m 높이에 도달했다.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올해 100주기를 맞았다. 바르셀로나=AP 뉴시스
건설 타워크레인이 동원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성당은 최근 중앙 첨탑 꼭대기에 십자가가 설치돼 172.5m 높이에 도달했다.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올해 100주기를 맞았다. 바르셀로나=AP 뉴시스
올해는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852년 카탈루냐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관절염을 앓아 홀로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나뭇잎의 섬세한 결, 조개 껍데기의 부드러운 곡선은 그에게 큰 영감을 줬고, 이는 훗날 그의 건축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믿었던 가우디는 바르셀로나건축학교를 졸업한 뒤 구엘공원과 카사 밀라 등에서 자연의 모습을 건축으로 구현해 냈습니다. 그의 작품은 물결치는 곡선과 다양한 색,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자연을 닮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냅니다. 그에게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신의 창조물을 새롭게 표현하는 예술이었습니다.

● 한 사람의 꿈으로 시작된 성당 건축

가우디 건축의 정점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성당)입니다. 출판업자 보카벨라의 제안과 신자들의 기부금으로 1882년에 시작된 공사는 31세의 청년 가우디가 1883년에 책임을 맡으면서 위대한 역사가 됐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부는 예수의 생애를 담은 세 개의 파사드와 열두 제자를 의미하는 열두 개의 종탑, 빛을 들이기 위한 여섯 개의 채광 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파사드는 건물의 정면 외벽입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기둥들이 나무처럼 갈라져 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햇살이 시간에 따라 색을 바꾸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데, 마치 ‘빛이 흐르는 숲’과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성당에는 한국과 관련된 특별한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 사제 김대건 신부의 이름이 스테인드글라스에 적혀 있으며 정문에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한글로 적힌 성경 구절이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 가우디가 남긴 위대한 유산


말년의 가우디는 전 재산을 성당 건축에 기부하고 성당 지하의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오직 설계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는 성당의 높이를 172m로 설계했는데, 이는 신이 창조한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173m)보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높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성당은 최근 중앙 첨탑 꼭대기에 십자가가 설치돼 172.5m 높이에 도달하면서, 독일 울름 대성당(161.53m)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됐습니다.

그는 생전에 성당이 완공되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후대를 위해 정밀한 모형과 도면을 남겼습니다. ‘나의 건축주는 서두르지 않으십니다’라는 그의 말은 당장의 결과보다 본질에 집중했던 숭고한 신념을 잘 보여줍니다. 1926년 가우디가 불의의 전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자들은 전쟁과 화재의 위기를 극복하며 그의 꿈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미완성 건축물로서는 이례적으로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 6월 10일 교황 레오 14세가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역사적인 완공식이 거행됩니다. 한 사람의 신념이 씨앗이 돼 거대한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메시지


가우디의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품은 신념이 씨앗이 되고 수많은 사람의 인내가 거름이 돼 완성된 시간의 산물입니다. 빠른 결과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 성당은 묵묵히 쌓아 올린 노력이 얼마나 거대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우디가 성당 지하에서 보낸 인내의 시간이 결국 인류가 감탄하는 문화유산으로 열매 맺었듯이, 여러분이 오늘 품은 꿈과 노력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소중한 씨앗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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