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역차별 갈등 일으키는 남북여자축구 응원과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7일 23시 00분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른 수원 FC 위민 선수들. 뉴스1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른 수원 FC 위민 선수들. 뉴스1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른 수원 FC 위민 선수들. 뉴스1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른 수원 FC 위민 선수들. 뉴스1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누구를 위한 응원인가.

20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수원 FC 위민(한국)과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 경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북한축구단을 응원하고 정부가 이들에게 3억 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스포츠계의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 속에 시민단체들은 남북을 공동 응원할 것이고, 정부도 실제 지원 규모는 더 작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이번 일의 진행 과정에서 이미 국내 스포츠계는 상처를 입었다. 시민단체와 정부 당국자들의 스포츠계에 대한 몰이해, 남북관계에 대한 감상주의적 접근 속에서 스포츠를 너무나도 손쉽게 일방적인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데 대한 분노도 깔려 있다.

이 대회는 아시아 여자 최강팀을 가리는 무대다. 남자 축구보다 현저히 관심도가 떨어지는 비인기 종목의 어려움 속에서 수원 FC 위민은 투자를 해왔다. 선수들도 자신의 평생에 걸친 성취를 이루려는 자리다. 힘들게 온 그들의 노력이 마땅히 주목받고 보상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자 축구에 눈곱만큼도 관심 없던 이들이 북한이 온다니까 갑자기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떠들썩하게 구호를 외치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앗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자 축구팀의 환경이나 현실, 그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철저히 외면된 채 정치적 이벤트의 들러리가 돼 가고 있다. 남북 응원을 말하기 전에 시민단체 중 어느 곳 하나 우리 여자 축구팀에 대한 관심이나 존중을 먼저 말한 적이 있는가. 우리 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북한 응원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팀은 오히려 원래 예정됐던 숙소까지 북한 때문에 옮겨야 했고, 실질적 유료 관중석의 상당 부분은 시민단체들이 차지했다. 홈팀이 아닌 것처럼 돼 버렸다.

이 경기는 친선경기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 북한 여자축구는 한국(19위)보다 강하다. 그들은 한국을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차지하기 위해 왔다. 북한 우세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어느 팀이 결승에 가더라도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는 그들의 응원 의도와 방향이 북한 쪽에 쏠려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금 규모가 적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개돼야 할 지원금 세부내역도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니 답답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핵무기를 쥐고 한국을 적대 국가로 명시하며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반감을 갖고 있다. 통일이 민족 과제라도 이런 반감을 고려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며 설득 가능한 통일정책을 마련해 가야 한다. 어느 한 진영의 이념만으로 강요하듯이 혹은 이벤트성으로 추진한다고 되지 않는다. 우리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만들 때도 심각한 분열을 겪었다. 정당한 노력으로 얻고 그 결실을 눈앞에 둔 국가대표 자리를 왜 북한을 위해 내놓아야 하느냐가 불거졌다. 이는 북한에 대한 우리 내부의 반감이 강하고, 통일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정당한 몫까지 희생할 순 없다는 의식이 팽배함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취지를 알렸는데도 저항에 부딪혔던 단일팀이었다. 하물며 국내 스포츠 입장을 고려한 사전 조율도 없이, 더군다나 친선을 위해서도 아닌 적대적 상대팀을 맞이하며 잔치를 벌이고, 그 판 위에서 우리 팀이 들러리에 가까운 역할을 해야 한다면 그 어찌 반발이 안 일어나겠는가.

AFC도 이 경기를 순수 스포츠 행사로 치를 것을 당부하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했다. 이 경기를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남북 친선을 위해 활용하려 했다면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비용으로 활동하고, 우리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스들과 교류해 자율적이고 공동 참여적 응원을 추구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이런 협의나 신중함 없이 진행되고, 이를 추진하는 시민단체에 정부가 거액을 지원하면서 특정 입장만 공식화되는 것으로 비치며 문제가 커졌다. 우리 자존감까지 낮추며 특정 진영 중심으로 북한에 과도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정부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모든 내역을 공개하라. 시민단체들은 공동 응원이란 명분 아래 행여라도 편향된 응원을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일은 남북 친선이 아닌, 우리 내부의 분열만 심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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