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뇌 건강 지키고, AI는 뇌 효율성 배우고… 기술이 나아갈 길[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동아일보
입력 2026-04-21 23:062026년 4월 21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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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AI 공생 위한 뇌과학 역할
인간 판박이 로봇, 상상서 현실로
인간의 자리 흔들어 놓는 AI-로봇… 발전 막을 수 없어, 대응할 수밖에
“AI가 만든 문제 AI로 풀어야”
건강한 뇌와 효율적인 AI가 열쇠… 뇌과학 통해 공존 여건
2017년 방영된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서 김민규(유승호 분)가 로봇 ‘아지3’(채수빈 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모습. MBC 제공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2017년 방영된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서 김민규(유승호 분)는 인간 알레르기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다. 민규는 로봇 ‘아지3’(채수빈 분)와 만나고, 그 로봇과 판박이 외모를 가진 인간 조지아(채수빈 분)가 그에게 로봇 대신 보내지면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 드라마에서 흥미롭게 기억되는 점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여전히 상상의 영역이었던 10년 전 아지3라는 로봇이 조지아라는 인간과 구별이 안 될 정도의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고, 인간에 버금가는 대화와 행동이 가능하다고 설정한 대목이다.》
현재 인공지능(AI)은 인턴이나 신입사원이 하던 연구 조사, 자료 정리 같은 것들을 너무나 쉽게 해낼 뿐만 아니라 코딩도 하고 글도 쓰고 영상도 제작한다. 이 모든 것을 합쳐놓은 종합 비서(AI 어시스턴트)의 역할까지 한다. 테크 콘퍼런스에 가면 로봇이 걸어 다니고, 악수를 하고, 춤을 추고, 사회자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동시에 각종 공장은 로봇으로 자동화돼 가고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는 아마도 드라마 속 미래가 아주 멀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피부로 느끼게 한다. AI의 발전과 로봇의 발전, 그리고 결국 두 가지 기술이 접목됐을 때 아지3와 같은 로봇이 탄생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미래를 제시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거론되던 디지털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빠른 변화였다. 하지만 현재 AI 및 로봇 시대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너무나 느렸구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속도전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을 위한 빠른 변화를 요구한다.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요즘, 생각할 틈도 없이 밀려오는 현상 중 하나가 AI의 효율성 증대로 인해 다양한 분야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일자리 위기다. 미국에서는 2025년에만 5만5000명이 AI로 인해 해고됐다는 통계가 보고됐다.
우리는 편리함과 신기술의 위대함에 놀라고 신기해하는 한편, 이것이 우리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AI나 로봇의 발전을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나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최고 권위 발명상인 ‘2026 에디슨 어워즈’ 시상식에서 한 강연자가 “AI의 문제는 AI로 풀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AI로 촉발된 빠른 변화로 인한 문제는 AI를 이용한 빠른 대책 마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는 곧 AI의 도움 없이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이를 빠르게 풀기는 어렵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AI 및 로봇 기술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방향의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첫째, AI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지 않은 AI는 인간을 돕기보다는 지배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예처럼, AI가 인간과의 에너지원 경쟁 관계에 놓이지 않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또한 에너지 효율이 높아야만 많은 사람에게 쉽게 보급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뇌과학에서 올 것으로 생각한다. 뇌는 현재 AI에 비해 엄청난 에너지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AI는 아주 많은 데이터를 통해서만 배우고, 응용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인간은 복잡한 기술을 한 번에 배우기도 하고, 한번 배운 것을 직접 해보지 않은 것들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뇌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뇌 구조를 본뜬 브레인 모픽(Brain-Morphic) AI를 설계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극적으로 올리는 한편 더 많은 일을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는 AI, 그리고 로봇에도 간편하게 탑재가 가능한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인간의 뇌 건강을 증진시켜야 한다. 인간의 뇌는 유례없는 혹독한 자극 속에서 지쳐 가고 있다. 뇌 건강 저하로 인한 인간 지능의 퇴보는 AI의 발전과 함께 더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뇌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은 우리 각자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AI를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주체로서의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건강한 뇌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AI를 만든다면, AI와 로봇은 인류와 경쟁 관계보다는 공생, 아니 이를 넘어서 상생의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인간 조지아와 구별이 되지 않는 로봇 아지3가 있는 미래에, 건강하고 최적의 퍼포먼스를 가진 뇌를 가지고 아지3의 도움으로 편리한 삶을 사는 인류는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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