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데이터센터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인근 인자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다. 8일 문을 연 신규 데이터센터 ‘MC디지털리얼티’의 ‘NRT14’. 인자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황인찬 도쿄 특파원《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미국, 중국 등의 각축전은 최신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연산에 사용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엄청난 전력 소모와 발열을 동반한다. 이에 이런 작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력 및 냉각 시설을 갖춘 최신 데이터센터의 확보가 곧 ‘AI 국가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약 40km 떨어진 지바현의 인자이는 일본 내 ‘데이터센터의 긴자’로 불린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도쿄의 긴자 거리처럼, 인자이에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는 물론이고 디지털리얼티 같은 글로벌 운영사가 관리하는 첨단 데이터센터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8일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약 1시간 이동해 인자이를 찾았다.
● 日 AI 경쟁력 이끄는 인자이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영상을 보고, 메시지를 보낼 때 발생하는 모든 연산 작업들은 근처 어딘가에 있는 물리적인 서버 기기에서 처리된다. 서버가 사용자와 정보를 가능한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기본적으로 정보 수요가 많은 대도시 인근에 주로 설치된다. 인자이시는 도쿄와 약 40km 떨어져 근접해 있고, 지진에 대비해 지반이 안정적이며 대규모 변전소, 송전시설 등 전력 인프라가 잘 설치돼 있어 데이터센터 건립의 우수 입지로 평가받는다.
8일 일본 인자이의 ‘MC디지털리얼티’의 데이터센터에서 관계자가 서버 앞에서 칩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액체 냉각’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자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기자가 찾은 이날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300여 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인 디지털리얼티와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합작해 만든 회사인 MC디지털리얼티가 새로운 데이터센터인 NRT14의 가동을 시작한 날이었다.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극도의 보안 구역이지만 이날은 개소식에 맞춰 제한적으로 내부가 공개됐다.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전력 규모인 MW(메가와트)로 구분한다. 1MW는 서버 사양과 전력 효율에 따라 수백∼수천 대 수준의 정보기술(IT) 장비를 구동할 수 있는 규모다. NRT14는 약 25MW 규모로 지어졌다.
MC디지털리얼티는 이번 개소로 인자이에서만 총 3곳의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게 됐다. 야마시타 고헤이(山下康平) MC디지털리얼티 대표이사는 “도쿄와 오사카 등을 합하면 총 2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향후 몇 년 내 그 규모를 두 배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 뜨거운 반도체, ‘액체 냉각’으로 식혀
AI 반도체의 성능과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엄지 손톱만 한 칩 하나가 가정용 전기 난로 수준의 열을 내는 상황까지 됐다. 발열 문제 해결이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건 중 하나가 된 것. 에어컨처럼 차가운 공기로 서버를 식히는 ‘공랭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게 되자 최신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랭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NRT14는 특수한 액체를 순환시켜 칩을 냉각하는 ‘액체 냉각(Liquid Cooling)’을 도입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같은 초고사양 칩도 안정적으로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시 인자이에 있는 다른 데이터센터인 NRT12 안에는 액체 냉각 기술을 설명하는 ‘디지털 리얼티 이노베이션 랩(DRIL)’이란 장소가 마련됐다. 서버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여느 데이터센터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서버 뒤편으로 가니 마치 보일러 시설처럼 금속관과 호스들이 서버와 연결돼 있었다.
서버 안쪽의 칩까지 일일이 차가운 액체를 흘려보내 뜨거워진 칩을 식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온수는 다시 냉각시켜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서버 뒤편에 손을 갖다 대도 뜨거운 열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데이터센터 개발 및 관리 회사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수랭식 냉각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 그 경쟁이 매우 뜨거운 상황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 亞 겨냥 데이터센터들 日에 집중
국제 부동산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2025년 하반기 글로벌 데이터센터 보고서’에서 도쿄 및 주변 지역의 데이터센터 규모는 약 1350MW로, 서울 및 수도권(약 820MW)의 1.65배인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까지 합하면 일본은 3000MW가 넘을 것으로 보는데 한국은 전국적으로 총 1000MW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의 학습과 운용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일본이 한국의 3배 수준인 것이다.
디지털리얼티는 이번 NRT14의 가동으로 일본에서 총 9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2017년 오사카에 처음 데이터센터를 준공한 이후 거의 해마다 센터를 늘려 온 셈이다. 이 회사는 한국에는 2022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12MW 규모의 첫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운용 중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크리스 한 디지털리얼티 한국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민과 사업자 갈등도
8일 일본 인자이의 한 역에 ‘데이터센터 컨설팅’ 광고판(모델이 컴퓨터를 든 것)이 등장했다. 20여 개의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인자이에는 도시 곳곳에 데이터센터 광고가 있다. 인자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AI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필수 시설이지만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로 지방자치단체는 세수가 늘고, 고용 효과도 발생하지만 반대로 소음이나 전자파 등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진다. 또 지역의 전력 및 용수 부족과 관련한 우려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서울 금천구, 세종시 등의 데이터센터 건립은 표류 중이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갈등은 인자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데이터센터가 건립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20여 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역의 중심지인 ‘지바뉴타운중앙역’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반대 운동에 나서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자 후지시로 겐고(藤代健吾) 인자이시장은 우선 주민 편을 들어줬다. 주택가들이 주변에 밀집해 있는 상업 중심지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지시로 시장은 일본공업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역 주변과 생활권에 인접한 지역에 새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것에는 새로운 용도 구분과 규칙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주민과 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해 새로운 룰을 만들고 상세히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자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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