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을 산 나무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바라봤을까. ‘침묵의 친구’는 그런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기이한 영화다. 영화는 독일 대학 식물원에 있는 은행나무의 시점을 따라간다. 1832년 뿌리내린 이 나무는, 1908년 이 대학 식물학과에 입학한 최초의 여학생 그루타, 1972년 식물을 연구하는 여학생을 짝사랑하며 점차 식물과 교감하게 되는 하네스 그리고 2020년 팬데믹으로 폐쇄된 학교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 나무를 연구하게 된 신경과학자 토니(양조위·량차오웨이 분)를 내려다본다. 100여 년에 걸친 시간이지만, 나무의 시선으로 통합된 이야기는 저마다 단절된 인간들이, 그래서 더더욱 연결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다.
단절은 연결의 갈망을 낳는 것일까. 그루타는 남성 중심적인 세상에 고립되어 있고, 하네스는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제라늄 화분을 홀로 지키며, 토니는 팬데믹으로 세상과 격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저마다 식물처럼 침묵하는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그루타는 사진으로 된 최초의 식물도감을 만들고, 하네스는 기계장치로 꽃이 자신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발견해내며, 토니는 신경과학 기술을 통해 나무와 교감하려 한다. 그리고 이들의 연구는 그루타에서 하네스, 토니로 연결된다.
“외로운 나무들이 참 많거든요.” 토니의 나무 연구를 화상으로 돕게 된 식물학자가 툭 던지는 말은 중의적이다. 그건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면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립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백 년 동안 인간을 내려다본 나무의 시선으로 보면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 아닐까. 지나치는 나무 한 그루조차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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