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한 달 전[임용한의 전쟁사]〈411〉

  • 동아일보

임진왜란 개전일은 5월 23일이다. 전쟁 발발 한 달 전인 4월의 난중일기에는 두드러지는 큰 사건은 없지만, 전쟁 준비를 점검하고 시설이나 무기 준비가 부족한 지역의 담당자를 처벌했다는 글이 몇 개 보인다. 거북선도 마무리를 위해 자재 조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 노력은 아슬아슬했다. 거북선이 화포를 탑재하고 발포 시험을 한 날이 전쟁 발발 하루 전이었다.

전쟁을 대비하려면 전함 건조와 무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조선은 사령관에게 부하 선발권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무능한 장수에 대해 교체를 요구할 수는 있었다. 운과 이순신의 노력이 겹쳐 전라좌수영에는 유능한 장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때 한 장수가 이순신을 괴롭혔다. 사도 첨사 김완이었다.

김완은 터프하고 군기를 무시하며 제멋대로인 인물이었다. 이순신이 부대를 순찰해 보니 전쟁 준비도 엉망이고 규율은 잡혀 있지 않았다. 4월에 김완은 큰 사고를 치는데, 도서 지역을 순찰하라는 이순신의 명령을 어겼다. 이순신이 추궁하자 엔진도 없던 시절에 그 구역을 하루 만에 다 돌았다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이순신은 꼼꼼하고 엄격한 지휘관이었다. 대강대강 하는 부하를 용납하지 못했다. 김완의 행동에 격분한 이순신은 그를 군사재판에 회부했고 파면하려 했다. 그러나 김완을 추천한 사람이 자신의 은인인 이광이어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 한 달 뒤 전쟁이 시작되자 김완은 다른 사람이 됐다. 선봉에서 적을 격파하고 전투마다 거의 빠짐없이 적선을 노획하면서 1, 2등을 다투는 전공을 세웠다. 그야말로 실전형 전사였다.

완벽한 사령관인 이순신도 그 완벽함 때문에 실수를 했다. 인간의 재능은 쓰임새가 다양하고, 완벽한 인간은 없다. 전시에는 더더욱 장점과 적성을 봐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 부분을 너무 쉽게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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