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이런 명문을 남겼다. “우리는 백미러로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향해 후진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일단(一端)은 그가 냉소적으로 경고했던 기이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NYT), BBC 등 해외 주요 언론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문제를 소개하면서 “당신은 한국의 ‘미친’ 대입 영어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등의 신랄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찍이 철학자 존 듀이는 “오늘의 학생들을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면, 우리는 그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교육의 역할이 불확실한 미래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교육의 핵심은 바로 ‘미래 리터러시(Futures Literacy)’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리터러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 문해력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 리터러시는 ‘삶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비판하고 표현하며 활용하는 능력’에 해당된다. 미래 리터러시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머나먼 미래의 일을 온전하게 예측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미래 리터러시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정확하게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타난 징후를 예리하게 알아차리는 감각을 뜻한다. 우리가 미래의 문제를 다룰 때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사항이 있다. 컴퓨터과학자 앨런 케이가 조언한 것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미래 리터러시에서 사람들이 차이를 보이는 데에는 인지적인 예측 능력보다는 ‘정서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 훨씬 더 큰 영향을 준다. 정서예측은 사람들이 미래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헤아리는 것을 뜻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행복의 문제와 관련해 놀라운 통찰이 담긴 말을 남겼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얻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인생의 비극은 사람들이 결코 얻지 못할 것들을 간절히 바라거나, 행복해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에 집착하는 데 있다.
과거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훨씬 더 빠른 인공지능(AI) 시대에 미래 리터러시는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특히 혁신 전략의 측면에서 미래 리터러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 사회의 자살, 저출산, 초고령화 등 고질적인 난제들은 미래 리터러시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 리터러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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