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AI 대전환 시대, 국민 통합이 먼저다

  • 동아일보

AI발 미래 방향은 기술 아닌 정치가 결정
갈등 조정 못 하면 불평등-통제 강화될 것
역대 대통령 취임 때 ‘국민 통합’ 선언 방기
절실함 느꼈던 李 부디 행동으로 실천하길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서기 2000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았던 일이 마치 까마득한 과거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빠른 기술 발전으로 삶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산업, 행정, 그리고 교육 등에 깊숙이 스며들며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다시 25년이 흐른 뒤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낙관적인 예측은 AI가 동반자가 되어 우리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면서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맞는 것이다. 반면 비관적인 예측은 AI가 초래할 양극화로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다.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거의 사라지고, 모두가 감시받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이 반목하고 분열하면 기술은 이를 조장하는 나쁜 쪽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 통합은 AI 대전환의 시기에 더욱 중요하며 화급한 과제다. 정치가 사회 집단의 이해를 조정하면 기술은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반대로 정치가 갈등을 방치한다면 기술은 오히려 불평등과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오로지 패거리 싸움에 매몰된 정치 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어느 때건 대통령 취임사는 시대적 과제를 반영하는 중요한 정치적 선언문인데, 우리가 접했던 화려하거나 혹은 담대한 취임사는 모두 잊히고 말았다. 물론 그 내용이 임기 중에 모두 이룰 수 있는 약속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취임사에서 빠지지 않고 강조됐던 사안은 실천을 위해 대통령들이 마땅히 진력했어야 할 것이다. 국민 통합이 바로 그 경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취임일인 2017년 5월 10일을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5년 동안 끊임없이 ‘적폐 청산’ 작업을 이어가면서 국민 통합은 전혀 이루지 못했다. 사회적 정의를 강화하려는 좋은 의도 그 자체도 ‘내로남불’에 빠져 의미를 잃고 말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사회적 갈등과 공동체 결속력 약화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견하자”며 자유의 확대만이 번영과 풍요, 그리고 경제적 성장을 가져온다고 천명했다. 약 15분 길이의 취임사에서 무려 35번이나 자유를 되뇌었던 대통령이 집회·언론·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러한 말과 행동의 괴리는 그의 취임사가 단지 정치적 언어의 유희였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국민 통합의 중요성을 더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이 갈망하는 통합의 리더십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행정, 입법, 그리고 사법의 삼권(三權)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만 부각되고 있다.

미국 250년 역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그는 남북전쟁 후 패배한 남부를 적대 세력이 아니라 함께 미래를 열어갈 동반자로 여기며 국민을 통합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눈 참혹한 전쟁이었고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링컨은 남부 지도자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나 가혹한 처벌을 고려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적대감을 품지 말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자”라는 1865년 그의 취임사는 오늘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에 관해서는 이미 자신이 패배했던 2022년 대선 다음 날 새벽에 발표한 메시지에 그 절절함을 담은 바 있다. 승패가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갈렸으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러나 당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합의 시대를 열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의 필요성은 이렇게 스스로도 절실하게 느꼈던 일이다. 부디 이를 실천해 존경받는 지도자로 훗날 우리 역사에 기록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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