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봄[임용한의 전쟁사]〈398〉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5일 23시 06분


1979년 1월 16일 이란의 팔레비 2세가 이슬람 혁명으로 퇴위했다.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중동에서 가장 서구적이었던 국가는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돌변했다. 필자는 그때 고등학생이었다. 한국도 1979, 80년 ‘서울의 봄’과 군사 쿠데타로 인한 제5공화국 출범이라는 충격적인 변화를 겪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겪은 5·17 비상계엄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 와중에도 이란 혁명의 추이는 늘 궁금했다. 팔레비 왕조의 독재 체제는 악명이 높았지만, 세속 사회가 율법 사회로 회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저 체제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47년이 지났다. 필자도 환갑을 넘겼다. 작년 말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발발하고 혁명수비대가 시민에게 발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민에게 발포하고 살아남는 정권을 보지 못했다. 팔레비 왕조의 종말도 1978년 9월 8일 시위대를 향한 군대의 발포가 결정적이었다.

거의 반세기가 지나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제부터 진행될 이란의 변화 과정은 역사가에게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가와 사회에는 파괴가 곧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사례 역시 세계 각처에서 무수히 봐왔다. 서울의 봄 이후 정치적 역정을 보면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혁명, 급진적 변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은 섬세한 숙성의 과정이다. 정의는 결코 강요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념을 정의로 포장하는 술수는 결국 파멸을 맞는다. 강력한 법치로 정의를 추구하던 진나라의 상앙은 기원전 338년 자신이 만든 예외 없는 정의의 법에 걸려 죽었다. 상앙의 죽음 이후 2300여 년이 지났다. 진리는 우리 곁에 있건만, 실천은 그리 어렵다.

#이란 혁명#팔레비 왕조#이슬람 율법#중동 사회#서울의 봄#5·17 비상계엄#시민 시위#혁명수비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