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초음속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은 김정은. 그는 이날 “전략적 공격 수단들의 상시 동원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라”고 말했다. 노동신문 뉴스1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새해 벽두부터 교황 레오 14세가 ‘성심당’ 창립 7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성심당은 1950년 12월 흥남에서 미군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로 피란을 온 임길순 씨가 창립했다. 그는 1956년 먹고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다가 열차가 고장 나자, 대전에 내려 성당에서 내준 밀가루 두 포대를 밑천 삼아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신조로 영업해 왔다. 그런 성심당이 예외로 생각하는 곳이 있다. 2019년 임영진 성심당 대표는 흥남에 뿌리를 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통일이 된다면 평양 혹은 함흥에 분점을 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76년 전 흥남의 기적은 2세들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미래의 역사를 꿈꾸게 한다.
10만 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흥남 철수 작전은 기적만 만든 것이 아니다. 기자의 외할아버지도 1950년 흥남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왔다. 남쪽에 와서 새 가족을 이뤄 2녀 1남을 낳았지만 누구보다 먼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강릉에서 살다 작고했다. 외할아버지의 월남은 남은 가족들에겐 재앙이었다. 탄압과 박해를 피해 계속 도망다니다가 북새통 기차역에서 5세밖에 안 된 어머니는 가족과 헤어졌고, 평생 혈육을 그리며 고아로 살아야 했다. 출신 성분의 굴레는 외손자인 기자에게까지 씌워졌다. 탈북해 서울에 온 기자의 뿌리도 1950년의 흥남과 이어져 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기자처럼 눈물을 줄줄 흘린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는 민족 분단의 아픔이 죽을 때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갈라진 민족은 피 흘리는 깊은 아픔이다. 합쳐져야만 아무는 상처다. 촌수도 없다는 부부는 갈라지면 남이지만, 피를 나눈 부모·자식의 인연은 버린다고 버려지지 않는다. 민족이란 그런 혈연이다.
둘로 갈라진 민족은 언젠가는 합쳐진다. 근래 독일이 그랬고, 예멘이 그랬다. 오늘날 한 민족이 두 국가로 나뉜 사례는 남북한과 중국-대만 정도이다. 대만은 청나라의 지배를 받은 기간이 200여 년에 불과하고, 1895년 이래 본토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그런 대만을, 중국은 민족이란 명분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하겠다고 칼을 간다.
하지만 누구보다 다시 합쳐져야 하는 한반도에선 우주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 벌어진다. 김정은은 오로지 패밀리의 세습 통치를 위해서 2년 전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걸고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민족의 허리를 영영 끊으려 획책하고 있다. 시작은 두 국가론이지만, 김씨 일가의 영속을 위해 앞으론 민족 부정의 논리도 개발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민족을 통일하려 한 지도자는 수없이 많이 봤어도, 멀쩡한 민족을 단절하겠다고 한 지도자는 거의 찾기 힘들다.
그런 김정은의 논리에 인구도 2배이고 국력도 훨씬 더 큰, 그래서 주도적이어야 할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통일부 수장인 정동영 장관은 새로운 논리인 양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내걸고 한국 사회의 통일 담론부터 분열시킨다. 이는 김정은의 프레임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일이다.
적대적 두 국가로 살겠다는 김정은에게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로 살자”고 해봐야,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강조해 봐야 결국 남는 것은 ‘두 국가’일 뿐이다.
혈연을 끊겠다는 김정은에게 우리는 혈연의 힘으로 맞서야 한다. 두 집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한 핏줄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두 국가를 강조하면 할수록 우리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이것은 김정은의 가장 취약한 약점이다. 왜냐하면 분단 이래 북한이 가장 강조해 내걸었던 구호가 다름 아닌 ‘우리는 하나다’와 ‘우리민족끼리’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두 국가나 체제의 통합까지 아우르는 의미인 ‘통일’을 넘어, 가장 원론적인 민족과 혈연의 담론으로 맞서야 한다. 김정은이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우리는 핏줄의 힘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수천 년을 같은 땅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은 합쳐져야 한다.”
국제사회도, 북한도 이 말 앞에선 반박할 논리가 빈약하다. 그게 바로 민족의 힘이다. 국가와 체제 위에 민족이 있다.
막을 수 없는 그 힘이 있기에 언젠가는 기자가 배를 타고 흥남항에 내려 ‘성심당 흥남점’에서 빵을 사 먹는 날은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주의 순리이자, 인류의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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