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김창완-류시화… 올해는 휴대전화 놓고 ‘시집’을 들자

  • 동아일보

휴대 간편하고 가볍게 볼 수 있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돼 ‘매력적’
1월엔 시와 친해지는 습관 들이고, 혼자 점심 먹는 날에는 ‘밥친구’로
12월엔 겨울 시와 한 해 돌아보길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매달 한 권씩 시집을 읽는 독서법을 추천한다. 유명 시인의 작품도 좋고 지난해 출간됐거나 올해 새로 나올 따끈한 시집도 좋다. 시집은 휴대가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매달 한 권씩 시집을 읽는 독서법을 추천한다. 유명 시인의 작품도 좋고 지난해 출간됐거나 올해 새로 나올 따끈한 시집도 좋다. 시집은 휴대가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는 한 달에 한 권씩 시집을 읽으려고 합니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도 좋지만 지난해 출간됐거나 올해 새로 나올 따끈한 시집을 기다렸다가 한 권씩 읽어볼 계획입니다. 시집은 장점이 매우 많습니다. 우선 시집은 휴대가 간편합니다. 휴대전화보다 조금 큰 사이즈라 어떤 사이즈의 가방에도 웬만하면 들어가지요. 잠깐 짬이 나면 어디서든 꺼내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한 편을 읽을 수 있습니다. 효율 면에서 단연 최고지요. 다음으로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반드시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됩니다.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고를 수 있고 운에 맡긴다는 심정으로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됩니다.

● 휴대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도 읽기 좋은 시집

시가 단번에 이해되고 공감이 가면 좋겠지만 대부분 몇 겹의 장치를 해 퍼즐을 맞추듯 의미를 유추해야 합니다. 독자의 수고스러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목은 어떤 의미인지, 알쏭달쏭한 표현은 왜 이렇게 돼 있는지, 시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에이, 모르겠다’라며 책을 덮고 싶은 마음도 솟아납니다.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김소월의 ‘가는 길’ 중에서) 용감하게 시를 읽어봅니다. 왠지 좋았던 문장에만 눈길을 줘도 좋고 두세 번을 반복적으로 읽어본 뒤 화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해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죠. 방탈출을 하는 것처럼 무슨 이야기인지 아리송했던 무지의 방에서 시어를 통해 열쇠를 찾고 이해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몇 차례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시를 읽는 눈도 생깁니다. 무심코 넘어갔던 문장이 근사하게 반짝이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집은 필사하기에도 좋습니다. 시가 아무리 길어도 웬만하면 2쪽 이내에 마무리되는 편이기 때문에 필사를 하고 싶을 때 귀퉁이를 접어뒀던 시를 노트에 옮겨 적어 보는 것도 즐거운 취미가 될 것입니다. 여러 작가의 시를 읽기보다 한 작가의 시집 한 권을 읽는 게 시인의 시 세계를 만나기 더 좋기 때문에 시집을 권합니다.

어떤 시집을 고를까 고민이 된다면 시집 전문 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에 가서 서점 대표인 시인 유희경 씨가 추천하는 시집을 고르는 것도 좋습니다. 1953년부터 운영된 동양서림 2층에 있는 곳이니 유서 깊은 곳을 탐험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지요. 청소년이라면 청소년 시집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난해 창비청소년시선 10주년이자 50번째 시집 기념으로 특별 시집인 ‘도넛을 나누는 기분’(김소영 외)을 출간했습니다. ‘창비교육’에서 나오는 50권의 창비청소년시집 중 한 권을 고르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 매달 한 권씩 올해 읽으면 좋은 시집 12권

서점 시집 코너에 가면 얇은 시집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서 도무지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올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 시집 12권을 추천합니다.

1월부터 읽으면 좋은 책을 함께 살펴볼까요. 1월에는 시와 친해지는 씨 뿌리기를 해보는 기분으로 ‘시 읽는 법’(김이경, 유유출판사)을 추천합니다. ‘시와 처음 벗하려는 당신에게’라는 표지 인사처럼 첫 인사로 알맞은 책이 돼 줄 것입니다. 2월에는 청소년 시선 중 ‘마음의 일’(오은, 창비)이 어떨까요. 새해가 시작됐지만 2월에는 아직 버둥거릴 게 분명하니 편하고 따스한 시집이 좋겠습니다. 3월엔 가수 김창완 씨가 출간한 동시집도 좋겠습니다.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은 그림도 예쁘고 노래가 들리는 듯한 시로 상큼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3월 워밍업으로 한결 시집이 가까워졌다면 4월부터는 묵직한 시를 들춰봅시다. 슬픔과 아픔을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진은영, 문학과지성사)를 읽으면 슬픔의 언어가 독자를 얼마나 보듬어 줄 수 있는지 체감할 수도 있겠습니다. 5월에는 ‘마중도 배웅도 없이’(박준)가 좋겠습니다. ‘글을 정갈하게 다듬는 데 진심이군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시집이라 마음에 꽤 오래 남을 거예요. 6월은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한겨레출판)을 들고 다니며 혼밥을 할 때마다 야곰야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7월이 됐어요.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는군요. 이럴 때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이 제격입니다. 단단한 사람을 만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8월은 이열치열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이병률, 문학과지성사), 9월은 성찰을 돕는 시집인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류시화, 수오서재)가 좋겠습니다. 10월과 11월에는 반가운 시인의 최근 시집인 ‘민들레 솜털처럼’(이해인, 마음산책)과 쓸쓸함이란 무엇인지 곱씹게 하는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문학동네)를 추천합니다. 12월은 ‘폭설이었다 그다음은’(한연희, 아침달 시집)으로 겨울 시의 세계로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내년 이맘때 함께 외쳐요. “2026년에 나는 시집을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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