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8〉

  • 동아일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는
노래가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할 때가 왔다

가사가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젊은 친구들에겐 그런 믿음도 도움이 되리라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 맞았다

내가 내 손으로 엄마를 요양원에 데려가
문을 쾅 닫고
혼자 돌아오다니!

―양애경(1956∼ )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는 말은 ‘귀 없는 말’과 같다. 듣고 소통하는 말이 아니라 쏘아붙이고 비난하기 위해 태어나는 말. 시인은 어느 날 노래를 듣다 가사를 톺아본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는 가사는 참말인가. “젊은 친구들에겐 그런 믿음”이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 맞았다”고 깨닫는다.

건강하고 지혜로운 어머니가 인지기능을 완전히 잃고 집에서 생활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그의 마음은 가능한 한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것,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온다. 병든 노모를 홀로 간병한 세월이 7년이라고 고백한 시인은 “내 손으로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혼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음에 스스로 놀란다. 혼자가 된 밤에는 노모 생각으로 마음의 문이 저 혼자 쾅 쾅 닫혔다 열리길 반복했으리라.

누군가는 ‘현실’을 얘기하고 누군가는 ‘상황’을 얘기하고 누군가는 ‘산 사람의 살이’를 얘기하겠지만 답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잠잠히 생각하는 거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세상에 있구나,

#요양원#간병#어머니#고독#양애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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