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폭을 넓혀라[이재국의 우당탕탕] 〈83〉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7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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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이 생겨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운전하신 지 얼마 안 된 건지, 아니면 택시 영업을 하신 지 얼마 안 된 건지 모르겠지만 운전이 많이 서툴렀다. 급제동에 급출발 그리고 길도 자꾸만 잘못 들고, 나는 나도 모르게 오른쪽 창문 위에 있는 손잡이를 꽉 잡았다. 기사님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셨고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그래, 운전을 잘하셨으면 카레이서를 하셨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택시 운전을 하는 사람이 꼭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니까. 버스 기사도 마찬가지고. 운전을 잘한다 못한다 구분하는 게 애매하지만 택시 기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게 그의 역할일 뿐, 운전을 잘한다 못한다로 평가받을 일은 아니었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좀 더 생각해 보니 다른 일도 마찬가지였다. 식당을 하는 사람이 꼭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셰프가 되는 게 맞지만, 식당 주인이 꼭 셰프는 아니니까. 특히 요즘처럼 식당 프랜차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음식점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식당을 하는 사람 중에는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라면도 잘 못 끓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식당 사장이 요리를 잘한다고 꼭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니다. 음식점이라는 건 맛도 좋아야 하지만 목도 좋아야 하고, 주변 환경도 잘 고려해야 하고, 또 운도 따라야 하는 거니까.

주변에 요식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봐도 꼭 요리를 잘해서 성공한 건 아니었다. 식당을 7개나 운영하며 요식업으로 성공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역시 요리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요리를 잘하지도 않는다. 요리는 요리사가 하는 거고, 자신은 먹는 걸 좋아해서 음식 맛을 잘 아는 사람이고, 식당 경영을 잘해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거 보면 “식당을 하는 사람이 꼭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거 같다.

오랫동안 방송 작가 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 자녀 중에 노래를 잘하는 자녀가 있는데, 가수 쪽으로 꿈을 꾸고 있다며 상담을 요청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가수도 아니고 음반 제작자도 아니지만 업계 사람으로서 굳이 조언을 해준다면 “노래 잘한다고 다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노래 잘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으니 꿈의 폭을 넓혀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가수가 꿈인 사람은 가수가 안 되면 꿈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꿈의 폭을 넓히면 노래 잘하는 사람은 음반 제작자도 될 수 있고, 보컬트레이너도 될 수 있고, 가수 매니지먼트 대표도 될 수 있고, 작곡가 작사가도 될 수 있다.

운전이 서툴렀던 택시 기사님도 시간이 지나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고, 요리는 잘 못하지만 먹는 걸 좋아했던 친구가 나중에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할 수도 있고, 노래를 잘하는 학생은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가수 대신 노래를 가르치는 데 더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유명한 보컬트레이너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꿈을 쉽게 포기해도 안 되고 함부로 꿈을 접어도 안 되고, 누군가 어설프게 꿈에 대해서 훈수를 둬서도 안 된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꿈의 폭#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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