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이 아이들, 버려진 게 아니라 지켜진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9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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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다거나 아이가 생겼다고 주위에 알리면 축하를 받는다. 입양했다고 하면 대개 ‘대단하다’고 한다. 입양 부모들은 이런 칭찬 아닌 칭찬이 오히려 불편하다. 새 가족을 맞는 기쁨을 알렸을 뿐인데 장하고 힘든 결심을 했다니.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우리 아이는 불쌍한 아이인가. ‘배 아파 낳은 자식과 같을 순 없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혈연 중심의 가족 문화는 공고하고 편견은 여전하다.

▷매년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올해로 18번째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1) 가정이 한(1)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다. 중심은 아동이어야 한다. 가정을 위한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찾아주는 게 입양이다. 입양의 날 하루 전인 10일은 ‘한부모 가족의 날’이다. 입양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친생부모가 스스로 아이를 지키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1년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415명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58년 이후 가장 적었다. 2011년 2464명의 6분의 1 수준이다. 2012년 입양 절차가 엄격해진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한때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썼을 정도로 해외 입양이 다수였지만 2007년부턴 국내 입양이 더 많아졌다. 국내 입양은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021년 국내 입양의 65.5%가 여아, 반대로 해외 입양은 70.4%가 남아였다. 입양아 10명 중 9명은 친부모 기억이 적은 3세 미만이었다.

▷입양 부모들은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민 끝에 입양을 포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입양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건 상처다. 출생의 비밀, 어두운 유년기 등이 갈등 전개의 소재가 된다. “역시 피는 못 속여” “사랑받기 위해 아득바득 살아야 했어요” 같은 대사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입양 아동 학대 사건이 언론에 나오면 전체 입양 부모들을 싸잡아 죄인처럼 바라보는 것도 부담이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받아들일 때도 ‘입양’이란 표현을 쓰는데, 입양 대신 다른 표현을 쓰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

▷아이는 낳은 부모가 키우는 게 가장 좋다. 사정상 어려우면 사회가 아이를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데,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입양이다. 입양 부모들은 배 아파 낳은 아이만 내 자식이라는 건 말 그대로 편견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로는 산통보다 더한 아픔을 겪고, 때론 세상을 다 가진 행복을 느끼며 비로소 가족이 된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우고 아동 보호 체계를 국제 기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입양아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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