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금값’ 된 카네이션… 마음 담으면 색종이 꽃인들 어떠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7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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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어버이날이면 거리가 붉게 물들곤 했다. 아버지, 어머니들은 저마다 빨간 카네이션을 단 가슴을 한껏 젖히고 걸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보상받는, 어떤 훈장보다 값지고 자랑스러운 꽃이었을 게다. 자녀의 나이에 따라 꽃의 재질은 달랐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은 서툰 가위질로 삐뚤빼뚤 오려 붙인 색종이 카네이션을 수줍게 내밀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화에서 생화로 업그레이드 됐다. 요즘은 꽃다발이나 바구니, 화분으로 많이 드리니 거리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은 변함없지만 카네이션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1∼4일 화훼공판장에서 경매로 거래된 카네이션 물량은 4만4930단으로, 2016년 같은 기간 11만883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급감했다가 회복하지 못했다. 요즘은 카네이션 없이 선물만 드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나마 시중에 보이는 카네이션도 국산보단 콜롬비아나 중국 등 수입산이 더 많아졌다.

▷카네이션 인기가 시들해진 데는 꽃값이 부담스럽게 많이 오른 것도 한몫했다.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의 영향으로 화훼농가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카네이션의 경우 어버이날과 함께 대목인 스승의 날 수요가 한풀 꺾인 게 타격이 컸다. 인건비, 유류비 등 꽃 생산비용도 올랐고 바구니 등 재료값도 많이 뛰었다. 온라인에선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구입하려면 5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 몇 개를 구입하려면 부담이 만만찮다. 멀리 있는 부모님께 배송하려면 7000원 정도는 더 얹어야 한다.

▷‘신의 꽃’이란 의미의 카네이션은 서양에서 신성하고 고귀한 사랑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버이날과 연을 맺은 건 1908년 미국의 안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흰 카네이션을 나눠 준 데서 비롯됐다. 이후 1914년 미국에서 어머니날이 제정돼 카네이션을 드리는 풍습이 자리 잡았고,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에도 문화가 전파됐다. 꽃 색깔에 따라 의미는 다르다. 빨간색은 ‘건강을 비는 사랑’, 분홍색은 ‘열렬한 사랑’이다. 흰색은 ‘나의 애정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다.

▷단지 의례적일 뿐이라고 여겼던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어버이날에 요양원을 찾은 자식들은 면회가 되지 않아 부모님 가슴 대신 유리창에 카네이션을 달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올해 어버이날엔 카네이션을 가슴에 직접 달아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 어떨까. 단 한 송이라도 흡족해하실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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