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당헌 80조 삭제’ 없던 일로… 싸늘한 여론 이제 알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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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3.17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3.17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어제 ‘기소 시 직무정지’ 내용을 담은 당헌 80조 삭제 논란으로 종일 시끄러웠다. “당원들 제안이 있었지만 검토 단계는 아니다”라는 혁신위의 해명에도 당 안팎에선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나” “혁신위가 아닌 ‘퇴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당 수석대변인이 “논의하거나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는 당 공식입장을 냈지만 이런 논란에 휩싸인 것 자체가 민주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민주당 당헌 80조 제1항은 뇌물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위의 당원발 ‘당헌 80조 삭제 제안’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대장동 비리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경우 뒤따를 거취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사전 움직임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 대표를 선출한 전당대회에서 당헌 80조에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제3항을 추가했다. 당시에도 ‘이 대표 방탄’ ‘위인설법’ 논란이 거셌지만 친명 지도부는 당원의 뜻을 앞세워 이를 밀어붙였다.

당헌 80조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2015년 당을 혁신하겠다며 만든 조항이다. 이 대표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개정·삭제 논의만으로도 다수의 국민에게 민주당이 스스로 부정·부패에 대한 기준선을 대폭 낮추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이미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 때문에 치르게 된 2021년 4·7 보궐선거 때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을 개정한 뒤 후보를 냈다가 싸늘한 민심을 확인하고 패배한 경험이 있다.

혁신위는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방안을 찾기 위해 올 1월 출범했다. 왜 국민 심판을 받았는지 성찰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 의지를 보여야 마땅하다. 일부 강성 당원의 뜻만 살펴선 사당(私黨) 논란만 부추기고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더 키울 뿐이다.
#기소 시 직무정지#더불어민주당#정치혁신위원회#당헌 80조 삭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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