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아서 할 테니 상관 마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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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독립심과 책임감 가르치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상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때가 온다. 아이마다 그 말을 하는 연령에는 차이가 있긴 할 것이다. 사실 아이가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것은 부모도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아이 스스로 자기 인생을 독립적으로 개척해 나감과 동시에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고 주장은 하면서 책임에 대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책임’을 운운하면 부모가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 해 보고자 하는 독립적인 과정을 막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양육의 목적은 아이가 독립적인 인간으로 잘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맞다. 독립심과 함께 책임감까지 길러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몇 가지는 유념하였으면 한다.

첫째,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면 기꺼이 허락해준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표현하기 시작할 때가 있다. 아주 기꺼이 허락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 뭔가를 스스로 하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를 칭찬해 주고, 결과가 나쁘더라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와 노력의 과정을 높이 평가해준다.

둘째,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준다. 아이들은 통합적인 사고가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를 결정할 때 어른만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결정이 부모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래도 자꾸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가 뭔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 결과가 늘 좋을 필요는 없다. 아이는 실수를 통해서 배워 나가고, 실패의 경험으로 다음에 비슷한 과정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할까를 깨달아 가기 때문이다.

셋째, 부모가 책임감과 독립심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라고, 부모를 통해 배운다. 부모 스스로가 책임감 있고 독립심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뭔가를 결정할 때 충분히 생각하고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흔들림 없이 결정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적당한 사회적 관습 안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들을 직접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격려해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문제해결 능력은 인간이 배워야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해 주지만, 점차 커 갈수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지도한다. 이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점이나 오류 등을 아이 스스로 찾아내서 이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아이가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다섯째, 아이가 실패나 실수, 잘못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도록 돕는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실패나 실수를 통해서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한다. 이런 경험을 하지 않도록 감싸주고 미리 막아주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부모의 노력은 결국 아이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한다.

여섯째, 아이가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어린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이 성장한 아이들도 때때로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마음이 힘들 때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고 기대고 싶어 한다.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할 때, 가능한 한 ‘부모’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도움을 주고 위로해 주어야 한다.

일곱째, 적절한 규칙과 규율을 정해서 지키게 한다. 아이들은 일관된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규율 안에서 안전감을 느낀다. 부모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어느 정도를 기대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 또한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그 나이에 어떤 행동이 요구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규율과 규칙을 지켜가면서, 아이들은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사회적 규범에 적절하게 자신을 조화시켜 나가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삶을 건강하게 통제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커 갈 수 있다.

여덟째, 아이 연령에 맞는 책임감을 부여한다. 어릴 때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시작하여 점차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할 일들을 할당해 주고, 그것들을 실천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한다. 단, 이러한 과제를 할당하고 부여하는 과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아이와 잘 의논해야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독립심#책임감#가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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