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초보도 OK… ‘수경재배’ 매력[반려식물 라이프/임이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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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 작가
임이랑 작가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전 세계 식물 시장은 폭발했다. 갑자기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이 너도나도 ‘가드닝’에 뛰어들면서 반려식물 인구가 폭증했다. 시장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한 그루에 200만 원 하던 식물이 10배에 달하는 2000만 원까지 몸값이 뛰기도 했다. ‘식(植)테크’라는 말이 횡행했다. 그나마도 구할 수 있는 게 다행. 일부 희귀식물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구할 수 없는 귀하신 몸이 됐다. 이런 광풍을 17세기 유럽을 강타한 ‘튤립 버블’ 현상에 비교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상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광기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실외 활동이 늘자 식물 가격은 급속히 제자리를 찾고 있다.

한바탕 소동도 장점은 남겼다. 산업의 다양화와 다각화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식물 시장에는 이전보다 풍부한 종류의, 이제는 비교적 저렴해진 희귀식물들이 남았다. 돈만 바라보고 식물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식물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남아 취향에 맞는 방식으로 천천히 키우는 분위기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즈음에, 또 이 계절에 추천하고 싶은 ‘슬기로운 식물 생활’이 있다. 흙 대신 물에 담가 기르는 수경재배다. 정확한 물 주기 타이밍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경재배는 ‘게으른 가드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다.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물을 빠르고 무성하게 키우려는 사람들보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흐름에도 딱이다. 요즘처럼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초록으로 빛나는 이파리와 함께하며 안온함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다.

최근 필자는 흙에서 키우던 몇몇 식물을 물로 옮겨 수경재배를 시작했다. 흙에 숨어있는 해충을 차단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당분간은 물에 살도록 터전을 옮긴 식물도 있고,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즐길 마음으로 물에 둔 식물도 있다.

수경재배에서 중요한 점은 초기 물 관리다. 식물을 뿌리째로 물에 넣어도 잘 살 수 있는 이유는 수중에 녹아있는 산소 때문인데, 물에 세균이 번식하기 시작하면 산소 부족으로 이파리가 시들고 만다. 이제 막 물에서 처음 뿌리를 키우기 시작했거나, 흙을 털고 정리해 물로 옮긴 식물이라면 당분간은 자주 물을 갈아주며 물이 탁해지지 않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초반에만 신경 쓴다면 뿌리가 물에 적응하고 난 뒤엔 매번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식물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자주 집을 비우는 사람, 자꾸 물 주는 주기를 놓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수경재배에서 다음으로 신경 쓸 부분은 영양이다. 흙에서 얻던 영양이 사라졌으니 영양제를 구비해 두고 물을 갈아줄 때마다 사용해야 한다. 수경재배용 영양제는 가까운 생활용품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가드닝에도 정답은 없다. 나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 뿐이다. 반려식물과 나, 식물과 인간이 모두 행복한 길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려 보자.

임이랑 작가
#수경재배#매력#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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