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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재원 대책도 없이 기초연금 ‘퍼주기 담합’ 나선 與野

입력 2022-10-04 00:00업데이트 2022-10-0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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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가 그제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동시에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기초연금을 4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은 월 40만 원으로 올려 모든 노인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했다. 기초연금 인상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과 그 효과는 따져보지도 않은 채 여야가 경쟁적으로 고령층 환심 사기에 나선 양상이다.

민주당은 기초연금을 월 10만 원 올리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7대 중점 민생법안’에 포함시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방침이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전체 노인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기초연금 인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라며 ‘정책의 원조’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을 겨냥해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한다”고 비판한 것이 불과 2주 전이다. 대선 공약을 뒤집었다는 논란이 일고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슬그머니 야당에 편승할 태세다.

기초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되더라도 고령화로 인해 지급 대상과 지급액은 갈수록 늘어난다. 만약 40만 원으로 인상된다면 그 소요예산은 2030년 약 52조 원으로 올해(21조 원)의 2.5배가 된다. 야당안대로 전체 노인으로 지급 대상까지 확대된다면 이보다 더 불어날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현행 기초연금에 대해 “수혜 대상이 많아 1인당 지급액이 낮다”며 “선별 지원을 통해 납세자 부담을 줄이면서 저소득 고령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OECD의 지적처럼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오히려 수혜 대상을 줄이는 것이 맞다.

이런데도 야당은 재정 추계조차 없이 법안을 졸속 발의했고, 여당은 한편으로는 재정 건전화를 강조하면서 재정에 큰 부담을 지우는 일에 동조했다. 여야 모두 무책임하다. 기초연금 인상이 확정되면 지금도 공전 중인 공적연금개혁은 방향을 잃게 된다. 더욱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 전체 노인으로 확대될 경우 국민연금을 납부할 동기를 상실하게 해 연금체계의 뿌리부터 흔들 것이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선심성 퍼주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당장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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