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왜곡죄 수정안 통과… 엄격한 적용 기준 세워야

  • 동아일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형법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형법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판검사가 일부러 법리나 사실을 왜곡해 적용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법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법하게 수집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처벌 대상은 형사 사건으로 한정하고, 합리적인 재량 판단은 면책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5일 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1시간 전에 일부 조항을 긴급 수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민형사 구분 없이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한 경우’,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 등 처벌 대상을 폭넓게 규정했다. 이에 범여권 내에서조차 내용이 추상적이고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막판에 부랴부랴 고친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정된 법안 역시 표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성요건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법은 정부가 공포하는 날부터 시행된다. 국회가 정부에 법안을 이송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15일 안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를 담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도 없다. 당장 일선 경찰서에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어떤 요건을 갖췄을 때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검찰 송치와 불송치를 가르는 기준은 뭔지 등을 놓고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크다.

법왜곡죄를 시행 중인 독일에서는 “법관의 결정이 사법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침해에 해당할 정도로 중하고 자의적 기준으로 내려진 경우”에 한해 처벌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중대성’과 ‘고의성’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법왜곡죄로 수사한 사건 중 기소되는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고,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는 사례도 극히 드물다. 이제 우리 경찰과 검찰도 법왜곡죄 오남용을 막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명백한 증거 조작이나 악의적인 법령 적용 등 누가 봐도 처벌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법왜곡죄#형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법조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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