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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우리 곁의 ‘우영우’는 안녕한가[동아시론/신의진]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2-08-13 03:00업데이트 2022-08-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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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른 특성 감추고 열등감 컸던 나
일률적 잣대와 차별에 아파하는 사람 많아
우영우 계기로 배려·포용·지원 확산되길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뜨겁다. 각종 패러디까지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그 덕분에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가 앓고 있다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소아정신과 의사인 필자도 뒤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보자마자 쏙 빠져들어 본방송을 사수하고 있다.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력, 진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구성력, 흥미진진한 법정 스토리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근래에 보기 드문 훌륭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겉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요인으로만 드라마의 흡인력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우영우의 어눌한 걸음걸이, 반복하는 이상한 손동작, 동그랗게 뜬 호기심 가득한 눈, 이런 모습들이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했다. 평소 진료실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아들에게 자주 보던 모습이었지만, 드라마 속의 우영우가 심지어 나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아니, 내게도 그런 자폐적인 특성이 있었단 말인가? 동병상련의 느낌마저 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신기해졌다. 도대체 나는, 우리는 ‘우영우’에게 왜 이렇게 공감하고 집중하는 것일까?

우선 드라마에 집중하는 나부터 자세히 바라보면, 어린 시절 냄새와 소리에 몹시 민감해 특정 음식과 장소를 피하느라 힘들었던 기억부터 떠올랐다. 뭔가 남다른 특성인데, 이런 나로 인해 어머니와 선생님들이 꽤나 곤란해했던 것 같다. 편식이 심해 식사 때마다 실랑이를 벌이고, “펑” 하는 사진기 소리가 무섭다고 단체 사진 찍기를 거부해 고개를 파묻고 눈을 감은 아이를 유치원 교사가 꼭 붙들고 있는 사진은 지금 봐도 배를 잡고 웃게 한다.

좀 더 자라면서, 혼나지 않기 위해 억지로 괜찮은 척 참느라 고생하고, 나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태어났나 열등감도 자라기 시작했다. 사춘기 때는 못난 내 모습을 감추느라 일부러 더 센 척하고 공부로 보상하며 겨우 적응하며 지냈다. 하지만 왠지 사람들이 나의 본모습을 보면 외면할 것만 같아 가면을 쓰고 사는 느낌에 서글프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울적한 내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관심이 많아져 결국 정신과 의사가 된 것이리라. 이렇게 살아온 필자이기에, 우영우의 남다른 버릇, 시선, 감각 특성 등에 더더욱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뭔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이에게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차별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성장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영우의 실수를 보며 함께 아파했다.

우리 사회에서 뭔가 남다른 면이 있어 차별받아 외롭고, 이를 극복하느라 가슴앓이를 하며 아픈 청춘을 보낸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보자. 필자와 같이 감각에 예민한 체질로 인해 편식이 심하고, 잘 안 자고 보채며 자주 놀라는 아기들 때문에 산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젊은 어머니들이 진료실에 넘쳐난다. 예민한 아이를 잘 보호하며 양육하는 기술을 부모에게 가르치고,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길게 잡자면서 다독이며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지원하면 정상적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전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면 다양한 행동 문제, 심하면 발달장애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어 가급적 어릴 때 전문가를 찾아오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독특한 개인들에게 치료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개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포용적 시선, 교육 현장에서의 지원, 친구들의 허용적 태도, 관련 분야 전문가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의료복지제도 등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남다른 독특함을 가진 개인에게 그들의 입장에서 다가가는 문화적 교양도, 제대로 지원을 하는 사회 시스템도 부족하기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자폐 장애와 천재성을 동시에 가진 몹시 독특한 우영우에게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우영우 신드롬’의 그늘에서 천재성 발현은 고사하고 사회적 적응조차 어려운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들은 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심지어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하나라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 아이든, 전반적으로 기능이 떨어져 어려운 아이든 남다른 독특함 때문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들의 시각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역지사지의 따스한 문화, 복지, 교육, 의료적 지원이 가능한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우영우 열풍이 그런 꿈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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