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5만 명 빚 탕감… 모럴해저드 막을 추가 대책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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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조 원 규모 기금을 통해 채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 25만 명의 빚을 최대 90%까지 탕감해 주기로 했다. 또 9월 말 자영업자 등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가 끝나면 금융기관이 책임지고 대출을 연장해준다. 팬데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빚은 버티면 해결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확산이 우려된다.

장기연체 자영업자의 빚 60∼90%를 없애주는 정부 조치를 보면서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존 만기 연장 조치를 9월 말 끝내고 10월부터 금융회사가 부채를 관리하도록 한 것도 사실상 대출 재연장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무자가 요구하면 대출 95%까지 만기를 연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부실을 떠안으면서 정상 고객, 주주가 손해를 보는 문제도 발생한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 신청자가 갚아야 할 빚을 계산할 때 가상화폐·주식 투자로 날린 손실을 빼기로 한 것도 논란이 크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청년 빚투(빚내서 투자)족’에게 1년 이자 감면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투자로 인한 손실까지 탕감해 줄 경우 ‘투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고, 무모한 투자에 유혹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지원 대상자 선정에 앞서 부작용을 막을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 부채 상환 기록, 재무 상황 등을 살펴 지원 규모에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가 될 수 있는 대출, 부도덕한 무임 승차자는 가려내야 한다. 정부는 “지금 지원 안 하면 나중에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하지만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빚 탕감은 금융 시스템을 망가뜨려 장차 찾아올 국가경제의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빚탕감#25만명#모럴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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