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대만은 미국이 지킨다”

입력 2022-05-25 03:00업데이트 2022-05-25 05:5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20년 8월 미 국방부에서 진행된 미중 간 시뮬레이션 전쟁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정된 상황은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펜타곤과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군사작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국 쪽 ‘블루팀’은 중국 쪽 ‘레드팀’에 참패했다. 역내 가용 전함과 전투기, 잠수함, 지상병력을 모두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이후 한 행사에서 이 결과를 “비참한 실패”라고 불렀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미국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 위협이다. 펜타곤의 고위 장성들은 2027년이 되기 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이 대만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격퇴를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대만의 거리는 불과 145km. 워게임 결과에 따르면 대만 공군은 몇 분 만에 전멸해 버린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무서운 속도로 군사력을 증강해온 중국이다. 섣불리 나섰다간 중국과의 전면전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것도 미국에는 부담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매번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화들짝 놀란 백악관 대변인실과 펜타곤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는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첫 발언 때만 해도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쯤 되면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게 맞다. 호시탐탐 대만 공격 기회를 엿보는 중국을 향해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막상 대중 견제를 위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는 대만을 끼워주지 않았다. 중국 눈치를 보던 아세안(ASEAN)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백악관까지 불러 참여를 설득하면서 참가를 원했던 대만은 배제시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는 미국이 중국과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내린 결정일 것이다. 쓰린 속을 달래고 있을 대만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 형식을 통해서나마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임한 것은 아닐까.

▷미국은 대만에 ‘MQ-9 리퍼’ 같은 최신무기 판매를 허용하고, 대만군의 훈련을 도우면서 대만관계법에 따라 가능한 군사적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파트너 국가의 안보 위협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런 지원을 이끌어내는 힘은 대만이 보유한 첨단 반도체 기술력과 TSMC 같은 대만 기업들이다. 국력을 결집해 키워낸 ‘실리콘 방패’의 힘이 전투기와 탱크 못지않음을 대만이 보여주고 있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