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빠 찬스’ ‘엄마 찬스’ ‘세금 탈루’… 위법만 안 나오면 공정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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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끝도 없이 불거지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논란에 이어 어제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있을 때 그의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도박 관련 사업을 하고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둔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업체의 설립자라는 보도에 “회사 실수로 잘못 등재된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부총리 후보자 측은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에 동문회장이 관여할 수 없다”고 해명했는데 실제로는 동문회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한다. 당시 한국외국어대 총장까지 맡고 있던 그가 누가 봐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자녀의 장학금 신청을 말리지 않았다.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았던 사람의 윤리의식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박 후보자도 아들의 의혹에 거짓 해명한 것이라면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사 임관 전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엄마 찬스’ 의심을 사고 있다. 한 후보자의 부인은 자동차 매입비용을 줄이려고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를 공동 명의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고 부인에게 수억 원을 증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두 후보자 모두 불법적인 세금 탈루는 없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고 명백하게 해명할 책임이 있다. 아들의 병역 특혜 의심까지 받고 있는 정 후보자도 병역판정 신체검사 당시 영상과 진료 기록을 제출하면 쉽게 해소될 문제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전 정부를 겨냥했던 적폐 수사와 ‘조국 사태’ 수사의 칼날이 얼마나 시퍼랬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남의 눈의 티끌만 보고 제 눈의 대들보는 지나쳐버린다면 새 정부를 향한 기대는 공정과 상식의 약속을 배반한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의혹#아빠 찬스#엄마 찬스#세금 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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