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늘부터 새 거리 두기, ‘10명·자정’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4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울시 관계자들이 3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임시 안치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관계자들이 3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임시 안치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제한을 뒀던 사적모임 인원수가 오늘부터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고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제한 시간은 오후 11시에서 밤 12시로 늦춰진다. 새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정은 17일까지 2주간 시행된다. 정부는 이후 확진자 감소세가 이어지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나머지 규정들은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명·자정’ 제한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전면 해제에 앞서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기 위해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완화 조치가 기존 규정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사적인 자리에 10명 이상 모이거나 자정이 넘도록 술자리를 이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되며, 제한을 두는 것과 두지 않는 것이 방역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를 낳는다는 말인가.

정부는 새 방역기준에 대해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설명도 오락가락이다. 식당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1시간 늘려도 확진자 증가율이 10∼20%에 그친다고 했지만 불과 3개월 전에는 “증가율이 최대 97%”라며 자영업자들을 옥좼다. 방역 완화를 우려하는 전문가와 전면 해제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상황별 분석 수치를 갖다 쓰니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확진자 수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센 데다 해외에서는 새로운 변이 ‘XE’가 발견됐다. 매일 300명 안팎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빈소와 화장시설을 구하지 못하는 ‘장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증환자도 여전히 1000명을 넘는다. 응급 상황에 놓인 재택치료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숫자만 찔끔찔끔 조정하는 식의 방역 완화에 앞서 이런 문제 해결부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하나 마나 한 요식행위로 생색만 내고 있기에는 현장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코로나19#새 거리 두기#무슨 의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