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알 권리 침해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손질 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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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대기하며 구자현 검찰국장과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대기하며 구자현 검찰국장과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법무부가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폐지 또는 개정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검찰의 수사 상황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2019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검찰청도 26일 업무보고에서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가 이 규정을 만든 명분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정 당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셀프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행 이후에도 여권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막는 방패막이로 이용돼 왔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 독소 조항이 기소가 돼도 첫 공판 전까지는 공소장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부했다. 윤미향 의원 사건의 공소장도 기소 뒤 1년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검찰 수사의 최종 결과물인 공소장의 공개를 늦춤으로써 비판 여론이 가라앉을 시간을 번 셈이다.

더구나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수사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의심되면 진상조사를 거쳐 내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마음만 먹으면 수사 중인 검사가 언제든 잠재적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검사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구체적 수사 내용을 모르는 전문공보관은 검찰이 알리고 싶은 내용만 밝히고 있다. 이래서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언론이 건전한 감시활동을 하기 어렵다.

이 규정은 법무부 훈령이어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가 개정할 수 있다. 인수위도 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논의를 늦출 이유가 없다. 국가 기밀 유출, 공범 수사 방해 등 비공개 요건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알 권리가 함부로 침해당하지 않도록 법무부와 대검은 조속히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법무부#인수위#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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