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현대차 중고차 판매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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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는 2015년 11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5층 빌딩 크기의 ‘자동차 자판기’를 공개했다. 인터넷에서 중고차의 3차원 영상, 수리 내용 등을 보고 차를 고른 고객은 이곳에 찾아와 자기 이름이 새겨진 동전을 발급받는다. 동전을 투입구에 넣으면 투명 빌딩 안에 주차된 차를 로봇 팔이 꺼내준다. 7일 이내 반품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중고차를 살 때도 대면거래를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카바나는 ‘중고차 업계의 아마존’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게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사고팔려면 판매자를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는 낮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중고자동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 기회가 열린 것이다. 업체 대부분이 6개월 안에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벤츠 BMW 테슬라 등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여 왔다. 신차 구매 고객이 이전에 타던 자사 중고차를 적절한 가격에 보상해 주고, 중고차는 수리해 보증을 붙여 판매한다. 신차 고객은 부담이 줄어 좋고, 중고 수입차를 원하는 고객은 안전한 차를 탈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업계의 반발에 밀려 역차별을 받아 왔다.

▷소비자단체들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를 환영하고 있다. 일부 양심적이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미끼, 허위 매물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고객에게 비싸고, 품질 낮은 중고차를 파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5월에는 중고차 매매 사기단에 속아 할부로 트럭을 샀다가 빚을 감당하지 못한 60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현대차는 첫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 km 미만이면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자사 차량만 거래하고,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시장점유율도 2024년까지 전체의 5.1%를 넘기지 않을 방침이다. 작년 한국의 중고차 거래 대수는 387만2000대로 신차 판매 대수의 2.2배다. 완성차 업체의 진입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지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3년 전 나왔어야 할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중고차 시장 발전이 지체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기업에 밀려 고사할 것이란 중고차업계의 주장에 정부가 너무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상생만큼 중요한 게 소비자의 편익이다. 카바나처럼 새로운 아이디어, 판매방식으로 도전하는 ‘중고차 벤처’의 등장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현대차#중고차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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