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트럼프에 “北 제재 실효성 없다”… 이란식 先보상은 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9일 23시 30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주제가 북핵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고민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3단계 접근법을 조언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의 방안은 우선 1단계로 북한이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중단하고,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지 않으며,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개발도 중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50∼60기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매년 10∼20기를 추가로 만들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평가다. 이 대통령은 그런 만큼 무조건 비핵화만 외치기보다 이 문제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도 장기적으로는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단계로 핵무기 감축, 3단계로 북한의 체제 안정을 전제로 한 비핵화로 가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북핵 개발을 막기엔) 늦었다.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전 단계에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을 핵국가라 부르며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금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의 분명한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는 설령 북-미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핵군축 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에서 이란에 먼저 경제 제재를 풀어주고 핵 포기 협상은 뒤로 미뤘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했지만 북한에 제재부터 해제해 줄 경우 비핵화의 지렛대가 사라지는 셈이 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남 핵 공격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 중단이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안보 위협은 그대로 남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북-미 간의 어떤 대화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출발점이 돼서는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이재명 대통령#북-미 대화#비핵화#대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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