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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이의 ‘눈치 훈련’도 필요하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2-02-09 03:00업데이트 2022-02-0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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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눈치가 너무 없거나 지나치게 보거나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눈치’라는 것은 말이나 상황의 맥락에 맞춰 원인과 결과를 고려하거나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눈치가 너무 없거나 지나치게 과한 아이들이 있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눈치가 없는 아이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아이가 눈치가 없으면 대부분 ‘차차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더 힘들어진다. 친구 사이에서 칠칠맞지 못하고 눈치가 없는 아이로 찍혀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다루기 힘들다. 수업 흐름을 끊거나 딴소리를 하고 분위기를 깨기 일쑤다.

눈치가 없는 아이는 두뇌에서 눈치를 담당하는 부위의 발달 속도가 느린 탓도 있고, 유전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부모도 눈치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부모가 눈치가 없는 편이었지만 부단히 노력해서 잘 극복했다면 누구보다도 아이에게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유용한 조언과 지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면 “아빠도 고민이 되는데 함께 찾아보자” 하며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눈치가 없는 편이라고 판단된다면 아이를 애써 자신의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대답을 정답인 양 가르쳐 주거나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아이에게 왜곡된 사고방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낫다. 눈치가 없는 것은 정서와 사회성 발달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 많이 나아질 수 있다.

눈치가 없는 아이와는 정반대로 주변 사람의 눈치부터 지나치게 살피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불안해 보이고,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와 같은 말을 많이 한다. 뭐든 눈치를 보느라 원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과에 연연한다. 오랫동안 눈치를 보는 버릇이 지속된다면 부모의 지도 방법에 잘못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매사 “네가 잘못한 거야” 하며 아이의 태도를 평가해 왔다면 눈치를 심하게 볼 수 있다. 엄하게 아이의 잘잘못을 따지려 들고 행동과 태도를 엄격하게 통제해도 그렇다. 아이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도 부모의 눈치부터 살피며 주저하게 된다. 부모의 감정 표현 방식이 모호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할 때도 그럴 수 있다. 부모의 감정 표현이 모호하면 아이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껴 불안해진다. 또한 부모의 감정 기복이 심해도 그렇다. 똑같은 상황도 어제와 오늘의 대응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는 항상 불안해서 부모의 기분만 살피게 된다.

눈치가 너무 없는 것이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 모두 건강한 눈치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건강한 눈치를 발달시키려면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첫째,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잘 알고 있는 주변의 이야기나 공통 화제를 찾아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아이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아이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을 소재로 삼는 것이 좋다. 이야기마다 눈치가 없는 인물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럴 때 “저런 경우에는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이러이러하게 말하고 저러저러하게 행동했어야지” 식으로 넌지시 알려준다. 그러면 아이도 편하게 받아들인다.

둘째, 눈치 훈련 4단계를 구구단을 외우듯이 꾸준히 가르치고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시킨다. 1단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귀 기울여 듣도록 한다. 2단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호응하는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는 고개를 끄덕이든가 “아∼ 그래” 하고 맞장구치면서 이야기를 잘 들었다는 표현을 한다. 이때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관계없이 하게 한다. 3단계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상대가 한 말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다. 4단계는 인정하는 것이다. 내 의견과 상대의 의견이 다를지라도 내 의견을 따르라고 고집을 부리거나 우기지 않고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도록 가르친다. 일상에서 부모와 함께 4단계를 밟아가는 연습을 놀이처럼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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