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30일… ‘삶, 작품, 기억의 확장’
작품 연구 통한 문학의 가능성 모색
“토지, 여전히 유효한 문학적 실천”
팔순 맞은 작가 박경리씨가 말하는 ‘희망’` 박경리 씨는 “눈이 내리고 나니 오봉산에 사는 토끼나 고라니까지 토지문화관으로 내려온다. 그걸 보면 나도 오봉산 아래 사는 억조창생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경리 작가(1926∼2008·사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소설 ‘토지’의 주요 배경인 경남 하동에서 기념 학술대회 ‘박경리 문학 100년: 삶, 작품, 기억의 확장’이 열린다.
29, 30일 개최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박경리 문학 100년의 연구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여성 서사와 해외 연구 동향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박 작가는 1960, 70년대 발표한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김약국의 딸들’, ‘죄인들의 숙제’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과 성찰을 문학적으로 구현했다. 26년에 걸쳐 집필한 20권짜리 대하소설 ‘토지’(1969∼1994년)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방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기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로 평가될 만큼 한국 근현대사회와 그 안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기념 학술대회는 ‘토지’를 단순히 과거를 서술하는 역사소설이 아니라 현재를 사유하게 하는 윤리적 텍스트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이승윤 토지학회장은 “‘토지’는 역사적 투쟁이나 민족 서사를 넘어 인간이 생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며 “오늘날 생태 위기와 사회적 단절, 인간 소외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적 실천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를 기억하는 후학들의 회고도 이어질 예정이다. ‘토지’를 완간한 솔출판사의 책임편집자이자 후배 작가인 함정임 소설가는 “토지문학관의 불문율은 ‘절대 박경리 선생께 인사드리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선생님은 손수 감자와 옥수수, 고추와 호박 등을 길러 후배 작가들의 식탁에 올려주셨지만, 만남은 좀처럼 허용하지 않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것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찾아온 만큼 오직 작품에만 몰두하라는 선생의 따뜻한 배려이자 무서운 격려였다”며 “작가들은 선생님이 곁에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만남 이상의 자극과 힘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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