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투표 사흘만… 27일 오전 종료
초기업노조 85.19% 전삼노 80.65%
성과급 수혜 메모리 직원 많아
가결돼도 노노 갈등 여파 이어질듯
24일 오후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부처님오신날 연휴를 맞아 한산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준 투표율은 80%를 넘어섰다. 수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투표율이 80%를 넘어섰다. 합의안 가결 1단계 요건인 조합원 과반 참여는 이미 충족했고, 이제 참여자 절반 이상만 찬성하면 잠정합의한이 가결된다. 다만 반도체(DS)부문 내에서도 사업부별로 합의안에 대한 반발이 작지 않은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연휴에도 투표율 80% 넘어
24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투표권자 5만7291명 가운데 4만8805명이 참여해 투표율 85.19%를 나타냈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투표율도 오전 기준 80.65%로 집계되며 80%를 넘어섰다.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권자는 전삼노 조합원 8000여 명을 더해 약 6만5000여 명이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22일부터 시작한 투표는 27일 오전 10시 종료된다.
투표율이 80%를 훌쩍 넘으며 가결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투표에 참여하는 노조원 대부분이 억대 성과급 수혜를 보게 될 DS 소속인 만큼 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이번 합의안에 가장 크게 반발했던 모바일·TV·가전(DX) 노조원이 대거 가입한 동행노조의 투표는 배제된 상태다. 영업이익을 300조 원, 연봉 1억 원의 직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메모리사업부 구성원은 1인당 6억900만 원, 공통조직은 4억7100만 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은 약 2억1200만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DS부문 내 비(非)메모리 사업부들의 반발은 변수다. 반도체연구소 연구개발(R&D) 인력이 속해 있는 ‘공통조직’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메모리 연구를 하는데 메모리사업부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과급이 ‘억 단위’로 차이가 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7만1000명 중 메모리사업부 직원 수는 2만4000명으로 33.8%를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소속 가입자 수는 1만7000명이고 반도체 연구소와 경영지원 등 공통조직 소속 가입자 수는 2만2000명이다. 초기업노조는 21일 오후 2시 이후 가입했거나 조합비를 한 달 이상 미납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아 조합원 수와 투표권자 사이 차이가 있다.
● 가결 시에도 노조 동력 약화될 듯
노노(勞勞) 갈등 심화로 합의안 가결 시에도 지속적인 반발과 추후 가입자 이탈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초기업노조 홈페이지 공지에는 “초기업노조 탈퇴하겠다” “어용 노조다”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노조 가입자만 쓸 수 있는 댓글이다. 과반 노조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직원 수는 12만8000여 명으로 과반 노조가 되려면 6만4000명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 기준 10%만 빠져도 과반 노조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다.
노조원들의 거센 반발 속에 이날 전삼노도 입장문을 내고 성급한 투표 절차에 대한 유감을 나타냈다. 전삼노는 “조합원들이 충분한 설명과 정보 속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과정이 먼저 필요했다”며 “특히 공개적인 설명과 검증 과정은 더욱 중요하나 사후조정안 공개 이후 단 이틀 만에 투표 절차가 시작돼 우려와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노사 잠정 합의를 두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구성원들도 있어 노노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고학력 R&D 인재들이 회사에 기여한 가치보다 소속 부서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고 있는 만큼, 이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