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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뭐가 중한디?[이정향의 오후 3시]

이정향 영화감독
입력 2022-01-19 03:00업데이트 2022-01-19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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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애덤 매케이의 ‘돈 룩 업’
이정향 영화감독
지금 우주에서 지름 9km의 혜성이 날아오는데,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10억 배 강한 위력이라 인류는 멸종한다. 최선의 방법은 하루빨리 핵을 실은 무인 우주선을 혜성을 향해 쏴서 궤도를 트는 거다.

한데 천문학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미국 대통령은 선거가 3주밖에 안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덮어두자고 한다. 절박해진 천문학자들은 방송에 나가서 우리 모두 6개월 후에 죽는다고 악을 쓰지만 연예 뉴스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 대통령의 불륜 스캔들이 터진다. 백악관은 부랴부랴 혜성 뉴스로 도배를 하고 핵을 실은 우주선을 발사한다. 세계는 안도하지만 우주선은 도중에 돌아온다.

세계적 갑부인 피터는 대통령의 최고 후원자다. 그는 혜성이 140억 달러 가치의 광물로 구성됐다며, 궤도를 변경하지 말고 지구에 가장 근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사일로 조각을 내서 수거하자고 꼬드긴다. 현혹된 대통령은 발사한 핵 우주선을 중단시킨다.

피터의 계획을 우려하는 과학자들은 해고당하고, 인터넷 글들은 삭제된다. 혜성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들이 하늘의 혜성을 보라며 “Look up(위를 봐)!”을 외치자, 다급해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저들은 우리를 깔본다. 우리가 두려워하길 원한다”며 하늘을 보지 말라는 “Don‘t look up” 구호로 국민들을 갈라놓는다. 혜성이 코앞에 올 때까지 국민들은 편 가르기 싸움에 몰두한다.

영화 속 행태가 낯설지 않다.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으면 카페나 식당에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2차까지 맞고도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백신을 더 이상 안 맞겠다는 무리와 오히려 빨리 많이 맞아야 된다는 무리로 갈린다. 잦은 접종이 면역체계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걱정에는 잦은 접종이 더 강한 항체를 만든다는 주장이 맞선다. 무서운 건, 진영 논리에 빠져 자기와 다른 생각은 가짜 뉴스로 매도한다는 거다. 진실이 설 자리는 없다.

지구 멸망이라는 최대의 난제 앞에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권력 집단을 보노라면 과학에 정치가 개입하면 어떤 파국을 맞는지 확실히 알겠다. 혜성의 궤도를 바꿀 기회를 날려버리고 위험한 돈벌이를 택한 정부. 이를 견제는커녕 찬양하는 언론. 종말의 진짜 원인은 혜성이 아니었다. 부패한 정치와 탐욕스러운 자본과 기회주의적인 언론과 진영 논리에 휩쓸려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는 우매한 국민들이었다. 이 영화는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야 재미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소위 ‘웃픈’ 영화다. 낄낄거리며 보다 보면 오싹해진다. 저 안에 내가 있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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