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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허점 많은 열독률과 자의적 잣대에 휘둘리게 될 정부광고

입력 2021-12-04 00:00업데이트 2021-12-0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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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열독률을 핵심 집행 기준으로 삼는 정부 인쇄매체 광고제도 개편안을 1일 확정해 발표했다. 내년부터 인쇄매체의 열독률로 매체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언론중재위원회 시정 권고 건수와 같은 신뢰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광고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광고의 효율성과 공익성 향상을 제도 개편의 이유로 들었지만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광고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제시한 열독률부터 문제다. 열독률은 전수 조사가 아니라 표본 조사이기 때문에 광고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는 표본의 대표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열독률 조사는 가구만 대상으로 해 신문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업장 구독은 제외된다. 정부가 진행 중인 5만 명 규모의 표본 조사로는 지역 중소 신문의 열독률은 파악조차 못 할 수 있다.

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담보하기도 어렵다. 열독률은 ‘지난 일주일간 가장 많이 읽은 신문은 무엇인가’와 같은 설문조사로 측정하는데, 이용자의 기억에만 의존하다 보니 정확하지 않고 거짓으로 답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한 구독 여부와 상관없이 읽었는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무가지 배포를 조장할 우려도 크다. 실제로 올해 10월 정부의 열독률 조사 초기에 일부 신문사가 열독률을 끌어올리려고 지하철역 등에서 무가지를 배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개편안에는 매체의 신뢰성도 함께 평가한다는 명분으로 언론중재위 직권조정 건수나 편집위원회 운영 여부 등 광고 효과와는 무관한 지표들도 반영하도록 돼 있다. 광고의 공익성 향상을 위해서라지만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주관적·자의적인 정성 지표들인 데다 지표별 반영 비율도 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정부 광고 집행의 공정성 자체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으로는 인쇄매체의 영향력도 신뢰성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정책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는커녕 세금만 낭비해 가며 무가지 발행으로 자원 낭비를 부추기는 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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