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멘털 갑’ 韓 여자골프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11-24 03:00수정 2021-11-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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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상금왕 3연패를 달성했다. 전설 박세리도 박인비도 못 이룬 성과다. 마지막 날 같은 조에서 경쟁했던 넬리 코르다는 “고진영 쇼였다. 뒤에서 구경 말고는 할 게 딱히 없었다”고 했다. 고진영은 대회 첫날 손목 부상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권을 고민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멘털로 일어서 역전승을 일궜다.

▷한국 여자골프의 계보는 개척자 박세리에서 ‘세리 키즈’ 신지애 박인비로 이어졌다. 고진영은 이들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맨 얼굴에 잠옷 바람으로 자신의 유튜브에 등장해 춤을 출 정도로 자유롭다. 과거엔 부모가 일일이 간섭했다면, 요즘 선수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다. 게임,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등 취미도 다양해졌다.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유튜브로 팬들과 소통하는 선수도 많다. 세대는 바뀌어도 한국 여자골프의 힘은 여전하다.

▷타이거 우즈는 중요한 퍼팅 때 일시적으로 무의식 상태가 된다고 한다. 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무의식으로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런 몰입과 연습량은 연장전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 빛을 발한다. 박세리는 LPGA 무대에서 연장전 6전 6승을 거뒀다. 박인비는 연장전에서 메이저 2승을 수확했다. 고진영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우승으로 LPGA 통산 한국 200승을 달성했다.

▷슬럼프는 선수들의 숙명이다. 천하의 박세리도 손가락 부상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고진영 선수는 올해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손목 부상을 당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내자 스윙을 바꿨다. 시즌 중 스윙을 바꾸는 건 매우 위험한데, 그걸 한 달 만에 해냈다. 그의 멘털 코치는 “회복 탄력성과 성장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국내 투어 강자인 임희정은 선수들이 꼽은 최고의 스윙을 갖고도 지난겨울 교정에 나섰다. 바닥일 때 튀어 오르고, 잘할 때 더 잘하려는 게 한국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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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좋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된다. 국내에서 2부, 3부 투어까지 선수 육성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상금 규모는 유럽 여자투어를 뛰어넘어 미국, 일본 다음이다. 여기서 성장한 선수들이 LPGA에 진출한다. 탄탄한 국내 투어, 부모들의 헌신이 맞물려 ‘K여자골프’를 만들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선수들의 노력이다. 곰 발바닥처럼 굳은살이 박인 신지애의 손, 양말을 경계로 흰색과 구릿빛이 선명한 박세리의 발이 전설을 만들어왔다. 우승 직후 배 위에 감자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는 고진영이 내년엔 어떤 드라마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한국여자골프#고진영#멘털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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