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에 휘둘린 ‘선거용 재난지원금’ 혼란 20일

동아일보 입력 2021-11-20 00:00수정 2021-11-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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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그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을 철회했다. 지난달 말 “1인당 30만∼50만 원의 추가 지급”을 제안한 지 20일 만이다. 이 후보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정부도 난색을 표한다”며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치 야당과 정부의 장벽에 부딪혀 현실론을 택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애초 법적으로나 재정 형편상 불가능한 발상이었다.

이 후보의 주장은 대선을 앞둔 내년 1월 지급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애초 ‘선거용’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당이나 정부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었다. 재정 당국이 난색을 표했는데도 “초과 세수가 40조 원으로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초과’ 세수라고 해서 남아돌아 마구 써도 되는 돈이 아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 덤으로 걷힌 게 아니라 집값 급등에 따른 부동산 관련 세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도 재정 적자가 90조 원에 달한다.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는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부담금, 국채 상환 등에 먼저 써야 한다. 이런 사정을 모른 채 강행하려 했다면 국가 경영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집권 여당이 보인 태도도 실망스러웠다. 지급 명목을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으로 바꾸고 지급 규모를 1인당 25만 원, 20만 원 등으로 낮추는 등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관철에 당력을 집중했다. 올해 말 들어올 일부 세금의 징수를 내년으로 미뤄 재원을 마련하면 대선 전에 돈을 뿌릴 수 있다는 ‘납세 유예’ 꼼수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이 와중에 기획재정부는 올해 남은 추가 세수가 19조 원 규모인 데도 “10조 원 조금 넘을 것”이라고 잘못 보고하는 바람에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여당은 국정조사 운운하고 이 후보는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청와대는 “당정이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라”며 침묵했다.

아무리 집권당 대선후보라 해도 법을 어겨가며 국가 예산을 쌈짓돈처럼 쓸 수는 없다. 이 후보의 한마디에 당정청이 이처럼 난맥상을 보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 후보의 철회 소식에 청와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역시 이재명답다. 이 후보의 유연성을 보여줬다”는 당내 평가도 나왔다. 국민은 20일간 벌어진 전 국민 재난지원금 혼란의 전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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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재난지원금#추가 지급#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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