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고급품이 나올까[2030세상/박찬용]

박찬용 칼럼니스트 입력 2021-10-05 03:00수정 2021-10-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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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칼럼니스트
최근 해외 쇼핑몰에서 중국산 스피커를 샀다. 사진과 설명대로라면 가격에 비해 만듦새가 너무 좋았다. 보통 전문 오디오 브랜드가 합판 원목으로 만드는 스피커는 기백만 원이 넘는다. 이 제품은 그보다 훨씬 저렴했다. 제품 소개 페이지 문구와 이미지도 브랜딩을 거친 티가 났다. 나는 평소 중국산 제품의 완성도와 가능성이 궁금했다. 지인에게 선물을 해야 할 일이 있어 양해를 구하고 주문해 보았다.

물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웠다. 구매하자마자 판매 담당자로부터 감사 메일이 왔다.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 중국 이미지와 전혀 다른 세련된 대응이었다. 제품은 선전에서 항공 특송으로 이틀 만에 도착했다. 지인에게 주기 전 열어 보고 거듭 놀랐다. 제품의 견고함, 상자의 문구, 포장의 배려심까지 가격 이상으로 훌륭했다. 설치하자 소리도 나무랄 데 없었다. 거듭 생각했다. 중국산 고급품은 성립 가능한가?

“아니. 제품 생산과 브랜드 이미지는 다르다.” 이 화제를 동료 패션 에디터에게 꺼내자 돌아온 대답이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친구도 실험정신으로 인터넷을 통해 중국산 기계식 손목시계를 샀다. 그는 가격에 비하면 아주 훌륭하다며 품질에 만족했다. 나도 시계 담당 에디터로서의 호기심으로 중국산 기계식 시계를 사봤다. 스위스의 고가품급은 아니지만 가격이 10분의 1이었다. 그렇다고 품질이 10배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단가를 높여 사양을 올린다면 더 좋은 물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업이 만드는 건 어떻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제품 자체,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욕구다. 필요든 욕망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중국의 생산 역량은 충분하다. 중국은 수십 년째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다. 막대한 생산 경험이 쌓였다는 의미다. 생산 경험은 곧 생산 역량이며, 생산 역량이 높아지면 고품질 제품 제작이 가능하다. 남은 건 조금 더 차원이 높고 모호한 게임이다. 욕구를 만드는 것, 제품의 신뢰를 주는 것. 시간이 걸려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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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거대하고 시장이 있으면 어떻게든 움직인다. 상시아라는 중국산 명품 브랜드가 있다. 중국 디자이너 장충얼과 에르메스 그룹이 2010년 만든 고가품 브랜드다. 2020년 이탈리아 투자사 엑소르가 상시아에 98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젊은 중국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양 리를 새로 선임했다. 양 리는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라프 시몬스에서 일했으니 현재 하이 패션계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경력을 쌓았다. 중국이 다시 세련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이 원고는 중국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미래 역시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어엿한 중국산 고급품이 나올 가능성만은 충분하다. “나는 개화한 중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버트런드 러셀이 20세기 초반 중국을 돌아보고 회고록에 쓴 말이다. 지인도 중국산 스피커를 아주 잘 쓰고 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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