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시기, 경증 질환 챙겨야 할 때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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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중계방송을 마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처음 무관중으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당시 이를 중계하던 국내 한 방송사 아나운서의 마무리 발언이다. 장애인의 반대말로 ‘정상인’이 아닌, 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의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이다.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0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은 대부분 후천적인 이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다. 자폐나 지적장애, 정신장애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선천적이거나 출산 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장애 비율이 10% 미만에 그친다. 지체장애의 경우 선천적 원인은 1.6%, 출산 시 원인은 0.2%에 불과하다. 질환이 장애의 원인인 경우는 48.0%, 사고가 원인인 경우는 49.7%에 달한다. 청각장애 역시 선천적 원인은 4.5%, 출산 시 원인은 0.6%인 반면 질환에 의한 경우는 80.4%, 사고에 의한 경우가 12%에 이른다.

또 주변에 흔한 간(肝)질환 장애의 선천적 원인은 2.7%이고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97.3%이다. 시각장애는 선천적 원인이 5%, 출산 시 원인이 0.1%인 반면 질환 또는 사고에 의한 발생이 92.4%에 달했다.

장애는 각종 사고나 재해, 질병 등으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위험이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로 인해 일시적으로 보행이나 신체 움직임에 제한이 발생하는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질병으로 인해 시력이나 청력 등이 약화되거나 간 및 신장 등이 손상되어 경증 장애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경미한 장애 증상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외부에서는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거나 재활이 필요할 수 있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소득 손실로 이어지기 쉽다. 가령 △스포츠 선수 시절 반복된 부상과 수술로 이른 은퇴를 결정할 때 △콜센터에서 수년 동안 전화 상담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청력 손상으로 일을 그만둘 때 △영업직원으로 잦은 술자리에 참석하다가 간 손상으로 큰 질병을 얻었을 때 △오랜 직장생활로 인한 척추측만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생업을 그만두게 될 때 등이 해당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해 ‘장애인의 의료 이용 및 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여기서 장애인의 정기 의료 이용을 조사한 결과 경증 장애로 정기적인 치료를 받는 비율이 84.1%로 가장 많았다. 외래 이용률 역시 중증보다 경증 장애인이 더 높았다.

경증 장애는 대부분 자립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일상생활의 제약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는 적지 않은 제약을 받는다. 경증 장애를 가진 이들 대부분이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하거나 청소, 빨래, 금전관리,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 및 사회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구하거나 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또는 경증 장애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험이나 저축, 연금 등으로 개인의 긴급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국가가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혼술, 재택근무 등으로 건강 관리가 소홀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수많은 만성 및 경증 질환이 속속 생기고 있다. 생활에 일부 불편이 생기는 경증 장애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어느 날 갑자기 중증 장애로 찾아오기도 한다.

최근 미국 보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을 발표했다. 이는 △충분한 수면 △활발한 신체활동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생활 △소일거리 △치실 사용 △교류 등이다. 코로나19 시기 자신의 생활습관을 한 번 더 되돌아보면서 건강을 꼭 챙겨야 할 때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집콕 시기#경증 질환#경증 장애#생활습관#건강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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