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意 왜곡하는 널뛰기 여론조사, 이대로 놔둘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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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널뛰기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발표된 여야 대선주자 다자대결 조사 7개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앞선 것은 4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앞선 것은 3개였다. 비슷한 기간에 두 사람의 양자대결 조사에서 기관에 따라 이 후보 지지율은 9%포인트, 윤 후보는 6%포인트나 차이 났다.

이처럼 여론조사 편차가 큰 것은 조사 기법 차이 탓이 크다. 조사 대상을 상대로 전화 면접원이 묻는 방식이냐, 기계음이 묻는 자동응답방식(ARS)이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후보가 우세한 조사는 ARS 방식이었고, 이 후보가 우세한 조사는 면접원이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정치 환경에 따라 보수-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응답 비율이 달라지는 것도 여론조사 해석을 어렵게 한다. 보수층에선 ARS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여론조사 응답률도 기관별로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서 이런 조사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질문 방법에 따라 특정 후보를 띄우거나 깎아내리거나, 심지어 조사대상에서 특정 후보를 빼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문제는 이런 여론조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조사기법 차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발표된 숫자만으로 상대방을 흠집 내거나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일부 대선후보 캠프와 여론조사업체 간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최근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부실한 여론조사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중앙선관위도 자격 없는 조사 기관 난립과 혼란스러운 여론조사 방식의 정비를 검토해야 할 때다.
#대통령선거#여야 대선주자#지지율 왜곡#널뛰기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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