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규 전세 30% 폭등에도 정부는 임대차법 부작용 ‘모르쇠’

동아일보 입력 2021-08-04 00:00수정 2021-08-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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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의 전세금이 갱신 때보다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면 급등한 가격을 치러야 하고, 갱신했다면 2년 뒤 전세금을 대폭 올려줘야 하는 셈이다. 이는 동아일보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과 최근 1년간 전세계약을 맺은 서울 아파트 6만 채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세입자가 임대차법 혜택을 누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지금 당장 또는 2년 후 급등한 전세금에 짓눌리는 처지다.

임대차법 시행 1년 동안 서울의 신규 계약 전세금은 평균 5억6875만 원이었는데, 갱신의 경우 4억3137만 원이었다. 갱신한 세입자는 계약기간 동안 시중 전세가격이 한 푼도 오르지 않더라도 2년 뒤 1억4000만 원 이상 올려줘야 할 상황이다. 2년 전 대비 신규 전세금 상승률은 2018년 3.8%, 2019년 2%에 그쳤는데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 동안은 30%를 넘었다. 임대차법이 전세금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서울의 전세 계약 갱신율이 77%라고 밝혔다. 10명 중 8명 정도가 임대차법에 따라 전세금을 5% 이내로 올려주고 계속 살게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갱신율이 59%였다. 이 조사는 전세 계약이 이뤄진 3941개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정부는 100개 단지만 조사했는데 해당 아파트가 어디인지 밝히지도 않았다. 정부가 정확한 현실을 파악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 통계와 시장 현실은 계속 어긋나고 있다. 시장에선 하반기 아파트 입주가 줄어 전세난을 우려하는데, 정부는 단독 다세대 임대까지 끌어다가 물량이 충분하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정부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한국부동산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올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14.9%로 집계했다. 하지만 민간 통계는 KB국민은행 51.3% 등 최고 8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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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주로 찾는 중저가 아파트일수록 전세금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런데도 정부는 임대차법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반복한다. 정부 인식과 국민 체감이 다르면 어떤 대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부는 올 초 2·4대책에서 ‘공급 쇼크’라고 했고, 최근 부동산 담화에서 ‘압도적 물량’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집값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통계와 자화자찬을 반복하니 국민이 정부 대책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임대차법#신규 전세 30% 폭등#정부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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