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로 키우는 브레스 닭[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입력 2021-07-15 03:00수정 2021-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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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지난해 여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는 동생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파리에서 제대로 된 삼계탕을 접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삼계탕이 주 메뉴였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손수 보내주신 대추, 밤, 은행과 인삼, 황기 그리고 찹쌀 등을 넣고 프랑스에서도 귀한 몸인 브레스 닭으로 조리한 삼계탕은 내 인생 최고의 삼계탕이었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브레스 닭은 프랑스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식재료 중 하나다.

미식 담론의 바이블로 불리는 ‘미식 예찬’을 쓴 브리야사바랭은 브레스 닭을 두고 ‘닭의 여왕, 왕의 닭’이라 표현했다. 신교와 구교의 종교전쟁을 종식시킨 앙리4세는 “프랑스 전 국민이 일요일에 닭을 먹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브레스 닭을 먹고 내린 지시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가 맛본 귀한 브레스 닭을 매주 먹을 백성이 얼마나 있었겠냐마는 브레스 닭의 뛰어남에 대해서만큼은 상류층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주 일요일 문을 여는 프랑스 동네 장터에선 전기 회전 통닭을 사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브레스 닭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광대한 들판을 돌아다니는 닭의 속도감에 취해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동물의 왕국’에서 본 타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빨랐다. 갓 태어난 병아리는 35일간 사육장에서 자란 뒤 들판으로 나간다. 사육장 안에서는 1m²에 12마리까지, 더 크면 10m²에 1마리를 사육해야 한다. 최소 5000m²의 목초지를 갖춰야만 브레스 닭을 키울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문득 ‘치킨 공화국’인 한국에서 닭들이 좁은 사육장에 모여 있는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브레스 닭은 전체 수명의 4분의 3을 야외에서 보낸다. 노란 옥수수와 흰 옥수수를 섞어 먹여 미용에도 신경을 쓸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려고 우유를 먹여 키운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부리와 볏, 흰 깃털이 그대로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도축하고 깃털은 드라이기로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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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에서 브레스 닭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육자 이름이 적힌 표지가 닭발에 끼워져 있는지, 목덜미에 증명하는 표지가 있는지, 볏과 털이나 발톱이 온전한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 농장에 직접 주문하면 흰 천으로 닭을 감싼 뒤 자연 진공으로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 후 파란 리본으로 묶은 닭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닭털이 처리되지 않고 배달되는 것을 미리 알지 못하면 난처해질 수도 있다. 혹시라도 프랑스에서 브레스 닭을 경험하게 된다면 반드시 동네 정육점에서 구입해 손질을 맡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브레스 닭은 일반 닭보다 다섯 배는 비싸다. 그럼에도 넓은 들판에서 뛰놀고 신선한 우유로 까지 먹여 키운 닭에게 그만큼 지불하는 게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올해 복날에도 가족과 함께 브레스 닭 삼계탕을 다시 즐기고 싶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우유#브레스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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