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국만큼은 지원해야… TSMC 잡으려면 이재용 사면 필요”[파워인터뷰]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7-14 03:00수정 2021-07-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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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일 與반도체특위 위원장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반도체 기술을 국방 기술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입장을 여러 차례 ‘절체절명’으로 설명했다. 변 위원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도체 특별법 논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백악관에서 반도체를 두 차례 들어보였다. 2월에는 미국 정치권을 향해 칩을, 4월에는 글로벌 기업들에 웨이퍼를 흔들었다. 반도체 안보전쟁 선언이었다.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에 나섰다. 이는 새로운 국제질서다. 반도체 위상이 국가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특별법 제정에 나선 이유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기업을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상대와 수준을 비슷하게 맞춰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쟁국만큼 정부 지원을 확대하도록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특별법은 7월에 초안이 나오고 8월에는 공론화를 거칠 예정이다. 기업들이 특별법을 보고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요구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됐다. 한국에 위기 아닌가.

“자유무역 체제에서 첨단산업의 역할 분담 구조가 있었다. 미국이 소재 부품 장비와 원천 기술을 맡고, 한국과 대만이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고, 중국이 중저가 제품을 맡는 구조였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나서면서 이런 안정된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공장이 지리적으로 중국 옆에 있는 것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 공장을 두라고 압박한다. 위기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완공돼 양산을 시작했을 때다. 더 이상 한국의 삼성, 대만의 TSMC가 아닌 게 된다. 기업의 입지와는 별개로 한국의 위상은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응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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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의 차별화다. 한국이 가장 확실한 동반자라는 신뢰를 미국에 심어줘야 한다. TSMC 경영진과 대만 정부는 친미(親美)여도 직원들은 중국 편일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력은 대부분 TSMC 출신들이다. TSMC 연구진은 언제든 중국 인력으로 변할 수 있다. 대만 내부 생산시설에 대해서도 미국의 불안감이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이런 불안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6월 한미 정상회담으로 상당한 신뢰가 형성됐다.”

―한국은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들이 엄청난 대미 투자를 발표했지만 중국은 반발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완전히 친미로 돌아서는 걸 원치 않는다. 굳이 한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현재 수준의 중국 공장은 위협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아직 한중 관계는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인프라 지원을 안 해준 측면이 있다. 반도체 공장들은 민간 산업단지다. 그런데 그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국가 안보에 핵심이 됐다. 기업이 알아서 하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 특별법에서 국가전략산업단지 개념을 도입하려고 한다. 기업을 지원할 근거가 ‘국가전략’이란 점을 법에 명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별법 제정 이유는 두 가지다. 현재 지원이 미흡한 게 첫 번째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하겠다는 게 두 번째다.”

(특별법은 가칭 ‘국가핵심전략산업 지원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특혜를 제한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의식해 법안 명칭에서 반도체를 뺐다.)

―국내에서는 공장 짓기도 어렵다. 토지 용수 전력 등의 문제로 공장 설립이 몇 년씩 지연되는데.

“중국 정부는 용수와 전력을 해결해주고 지원금까지 준다. 미국과 대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물을 줄지 말지, 어느 댐의 물을 줄지 등 여러 가지 불안한 게 사실이다. 특별법으로 정부가 이런 인프라를 지원하겠다. 공장 부지 매입의 어려움도 덜려고 한다. 국가산업단지에 적용하는 토지 수용이나 보상 규정을 반도체 공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첨단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재 양성이다. 40년 된 수도권정비법에 묶여 대학은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정비법은 손대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 억제는 거스를 수 없는 사안이다. 인재를 양성할 다른 방법도 많다. 첨단학과 교수와 학생이 늘지 않는 데는 연구비 문제도 있다. 대학에 지원할 연구개발(R&D) 예산을 크게 늘리려고 한다. 연구비 평가 기준에 연구 성과뿐 아니라 석·박사 배출 인원수도 넣을 예정이다. 결원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정원을 늘릴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맞춤형 인재를 만드는 계약학과도 늘릴 방침이다. 대기업은 ‘3+2’(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와 포항공대 KAIST)만 얘기하는데, 최우수 인재 일부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간다. 어려운 문제인데 함께 풀어야 한다.”

―반도체 특별법이 특혜 시비는 없겠나.

“올해 초와 비교해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이전까지 미국의 움직임을 공장 유치 수준으로 봤다면 이제는 글로벌 전략산업의 지형 변화로 본다. 한미 정상회담이 큰 계기가 됐다.”

―반대로 정부가 기업 성과에 숟가락 얹으면서 규제만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반기업 정서도 여전한데.


“대기업의 공적(功績)보다는 시대적 책임이나 불법이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이제 많이 바뀌었다. 국가 간 경쟁에서 기업과 첨단산업의 위상을 국민들이 목격했다. 재벌들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합법, 공정 분야는 웬만큼 정착됐다. 다만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 자율에 맡길 단계까지 와 있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이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세웠지만 대만 TSMC의 독주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첨단미세공정인 10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에서 대만이 92%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밖에 없다. 삼성의 결심에 달렸다.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가석방 얘기가 나오는데 말이 안 된다. 바로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사면 복권하자는 것이 중론이다. 풀어만 주는 건(가석방) 의미가 없다. 전쟁터에 보내려면 칼과 갑옷까지 줘야지 몸만 나가라고 해서 되겠나.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국가 전략의 문제다.”

―첨단산업에서 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과거 산업정책 무용론이 있었다. 기업에 맡기자는 건데, 지금 같은 국가 간 경쟁 체제에서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 때처럼 정부가 기업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같이 뛰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밀어주면 산업의 신뢰와 안정성이 높아진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중요한데 자주 만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 부처나 이해 집단 간 조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컨트롤타워도 중요하게 됐다. 특별법에서 총리 직속 특위를 만들어 조정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한국의 승산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승산을 따질 수 있겠나.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특별법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
△1948년 충북 청원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6회 행정고시 합격
△정보통신부 차관
△국회의원 5선(충북 청주 청원)
△민주연구원 원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변재일 반도체 특위원장#반도체 특별법#이재용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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