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공직자의 양심과 인격을 팔지 말라는 국민의 경고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1-06-04 03:00수정 2021-06-0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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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들
권력과 독선의 수호자 되어선 안 돼
국가 기강과 행정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1960년 3월 15일, 대한민국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승만 정권의 주동자들이 정권 연장을 위해 부정선거를 감행했다. 그 결과가 4·19혁명이 되었고, 이승만은 갈 길을 잃었다. 홀로 남은 이승만은 찾아온 허정에게 “이렇게 될 때까지 왜 아무런 연락도 없었느냐”고 나무랐다. 허정은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비서들에게 문전박대당했다”고 대답했다. 결국 그는 허정의 임시정부에 의해 하와이로 떠났다. 그렇게 사랑했던 대한민국에 218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을 희생 제물로 남겨놓고.

박정희 정권 때도 비슷했다. 국민들을 절대 빈곤에서 해방시켜 주는 업적을 남길 때는 희생적인 애국심이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의 정권욕과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구체화시킬 때부터 이승만과 같은 불행한 결과를 자초했다.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지금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연설에서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 제외하면 다른 문제들은 잘 해결됐고, 앞으로도 희망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북한 문제도 그렇다. 북한 동포를 위한 통일인지 북한 정권을 위한 관계 개선과 통일을 원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문 대통령 일행이 북한을 방문했고, 김정은의 답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북 정권은 그 기대를 무시해 버렸다. 또 성사되었다고 해서 개선과 협력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70년 동안 북한이 내세운 정책과 그들이 저지른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김여정의 말 한마디로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 청와대는 그래도 그 정도라 안심된다는 자세였다. 지금 남북한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주종관계로 기울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대한민국의 존엄성과 국격을 훼손시키는 과오가 더 심하다.

중국과의 관계도 그렇다. 지금의 자세가 이어진다면 중국은 대한민국을 청나라 시대로 역행시킬지 모른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위상이 중국에 무시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는 민주국가의 위상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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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대내적 실패는 누구나 인정한다. 이미 여당 안에서도 문제 삼는 현실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 정책을 배제하고 진보 정책을 앞세웠던 경제팀을 선택한 대통령의 실책을 복원시키는 데도 4년 이상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법치에 의한 정의 구현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황폐해졌다. 진실과 정직은 사라졌고 공정의 가치는 버림받고 있다. 여당의 젊은 세대들이 위선, 내로남불, 무능, 성추행, 이권개입 등을 인정할 것을 당내 기득권층에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청와대 책임자가 감사원장에게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해 그들이 얼마나 오만하고 국민을 무시했는지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30명이 넘는 정부 고위직을 임명하면서 국회의 승인 절차를 배제시켰다. 유능한 인재를 선택했다는 것이 대통령의 반론이다. 국민들이 지도자로 받들고 싶은 ‘유능한 인재’란 선한 의지와 신념의 소유자이다. 어떤 개인이나 정권을 위해 심부름을 잘하는 유능함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국가의 기강과 행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요청은 국민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국가의 주권자는 대통령도 공직자도 아닌 국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 공직자들도 결국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공직자는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잘못하면 정치적 범죄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하는 과정에서는 실수나 실책이 있어도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나 정권을 위한 정책이나 행정은 허용될 수 없다. 관권이나 이권에 참여하는 공직자는 국민의 규탄을 받아야 한다. 정권을 목적 삼는 정치를 한다면 민주정치에 역행할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친문세력을 개인이나 정권을 위해 감싸고, 육성하면 이승만과 박정희의 전철을 밟게 된다.

국민들은 사법부와 공직자들에게 요청할 권리가 있다. 양심과 인격을 팔아가면서 역사 앞에 양심적 전과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충언과 경고다.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가 곧 공직자의 사명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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