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먹통 카톡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5-08 03:00수정 2021-05-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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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를 돌아보자. 카카오톡을 이용해 가족 친구와 대화를 하고, 업무 보고를 하고, 생일인 친구에게 선물을 보내고, 동호회원들에게 n분의 1로 회비를 보내진 않았는지. 요즘 하루에 송·수신 되는 카톡 메시지 수가 110억 개라고 한다. 카톡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카톡이 최근 먹통이 돼 2시간 21분 동안 멈췄다.

▷카톡은 5일 오후 9시 47분부터 6일 0시 8분까지 메시지 수신이 원활하지 않고 PC버전 로그인이 안 됐다. 5일이 휴일인 어린이날이라 업무상 피해가 그나마 적었을 수 있다. 카카오는 6일 0시 20분에야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회사 측은 “네트워크와 서버 장애가 아닌 내부 시스템 오류였지만 그 이상의 이유는 영업 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사과문을 트위터에만 올린 것에 대해선 “평소 서비스 장애 안내는 트위터 위주로 해 왔다”고 했다.

▷카톡은 2010년 3월 세상에 처음 나왔다. ‘초콜릿이 주는 달콤함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즐거움을 담아’ 서비스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현재는 월간 활성 사용자(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자)가 4635만 명인 ‘국민 메신저’다. 2009년 말 불어닥친 스마트폰 열풍의 흐름에 잘 올라탄 덕이다. 싸이월드 등 국내 포털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해외 업체의 공세에 무너질 때 카톡은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1000만 가입자를 달성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통신요금 부담이 있는 반면 공짜인 카톡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록인(Lock-in) 효과라는 게 있다. 고객을 묶어둔다고 해서 자물쇠 효과, 잠금 효과로도 불린다. 하나의 서비스로 고객을 잡으면 다른 서비스도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먹통 바로 다음 날 발표된 카카오의 실적은 사상 최대였다. 편리한 ‘공짜의 맛’에 몰려들어 대화(talk)를 하게 된 사람들은 카카오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신사업을 이용하며 카톡 세상에서 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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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은 지난해 3월에도 두 차례 먹통이 있었다. 그런데도 무료 서비스라는 이유로 고객들은 이용 불편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이 시행되면서 비로소 업체 측에 시정을 요구할 근거가 생겼다.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등 6개 ‘빅테크’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서비스 품질 유지가 의무화된 것이다. 정부가 이번 먹통을 넷플릭스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조사한다니 결과가 주목된다. 올해 1분기에만 1조 원 넘는 매출을 올린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7위 기업 카카오가 먹통의 원인을 상세히 밝히지 않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카톡#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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