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한 애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91〉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입력 2021-05-05 03:00수정 2021-05-0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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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시인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통스러웠다. ‘어두운 밤 속으로 너무 순하게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시는 그러한 고통의 산물이다. 시인의 이름은 딜런 토머스.

19행으로 이뤄진 정형시는 “어두운 밤 속으로 너무 순하게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말로 시작하여 “빛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날이 저물었다고 너무 순순히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다. 삶을 낮에, 죽음을 밤에 빗댄 은유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은유를 들고나오는지 의아하지만, 마지막 연에 가면 죽어가는 아버지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다. “슬픔의 고지에 계시는 나의 아버지//밤 속으로 너무 순하게 들어가지 마세요./빛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아버지가 버텨주기를 바라는 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웨일스 시인 토머스의 시는 웨일스 배우 앤서니 홉킨스의 묵직한 음성으로 들으면 울림이 배가된다. 홉킨스가 이 시를 낭송한 것은 쉰 살이었을 때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처연해지는 시는 비애감이 묻어나는 홉킨스의 음성이 곁들여지니 더욱 그렇다. 오랜 세월이 흐른 2021년 4월, 여든네 살의 노인이 된 그가 그 시를 다시 소환했다. 아버지의 묘소에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완전한 낭송이다. “너무 고통스럽네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낭송을 끝마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 모습을 트위터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자신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공교롭게도 영화 ‘더 파더’(아버지)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인 역을 맡아 열연한 결과였다. 그가 연기한 아버지도, 그가 낭독한 시 속의 아버지도 우리들의 아버지다. 병에 걸려 버티다가 결국 우리 곁을 떠나게 되는 아버지. 시든, 영화든 예술은 때때로 그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애도하는 거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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