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종석]김경문이 받은 ‘우승 반지’

김종석 스포츠부장 입력 2021-05-03 03:00수정 2021-05-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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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NC의 특별한 ‘전임자 예우’
오승환 ‘300S 소감’도 훈훈함 더해
김종석 스포츠부장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63)은 며칠 전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영문으로 새겨진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NC의 우승 반지였다. 다이아몬드 150개와 사파이어 41개를 활용해 눈이 부셨다.

김 감독은 NC 창단 사령탑으로 2013년부터 6년 동안 선수 선발 및 육성, 훈련 시스템 등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NC는 김 감독과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누려 했다. NC는 김 감독뿐 아니라 이태일 전 대표에게도 황순현 대표가 직접 우승 반지를 선사했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의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명장. 하지만 14시즌 동안 두산, NC 감독을 맡아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한 번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관의 아쉬움이 컸던 그는 집행검 케이스에 담긴 반지에 “내가 한 우승도 아닌데 감동받았다. 주위에서 전임 감독까지 챙기는 건 본 기억이 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주전 포수로 OB 우승 주역. 당시엔 우승 반지라는 존재를 모르던 시절이라 두산 감독으로 있던 2011년 30주년 기념식 때 뒤늦게 받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우고 과거와 단절하려는 모습이 흔하다. NC가 보여준 ‘떠난 자’에 대한 이례적인 예우는 신선해 보인다. 누가 팀을 맡든 좋은 레거시(유산)는 계속 이어간다는 메시지와 함께 화합과 동행의 가치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현재 NC 구성원에게도 충성도와 팀워크를 높이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훈훈한 모습은 처음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든 아니든 원 팀이 되는 건 모두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 아닐까.” NC 간판스타 양의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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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39)은 지난주 국내 첫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했다. 대기록을 세운 직후 그의 소감이 남달랐다. 응원해 준 팬 분들, 함께 운동했던 선후배 동료들을 언급한 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컨디셔닝(트레이닝) 코치님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트레이닝 코치의 역할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체력 향상과 유지, 부상 관리와 재활이다. 선수들이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감독 코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삼성에는 1군에 5명, 2군에 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야간경기가 있는 날 오전 11시에 맨 먼저 야구장에 나와 오후 11시가 넘어 불 끄고 귀가한다.

한 트레이닝 코치는 “한때 우리는 그저 트레이너로 불리며 무시받기도 했다. 어떤 고참 선수는 ‘야 인마 어깨 좀 주물러 봐’라고 하더라. 오승환의 한마디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경기고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프로 입단에 실패하는 좌절을 겪었다. 대학에서는 팔꿈치 접합 수술을 받아 2년 동안 재활만 해야 했다. 한-미-일을 거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게다. 묵묵히 고생하는 트레이닝 코치들을 콕 집어 고마움을 표시한 이유다.

마침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 기념일이 연달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세상은 지쳐만 간다. 가까운 분조차 챙기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김경문’이 되고 ‘오승환’이 되어주면 좋겠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면 어떠랴. 손 편지나 전화 한 통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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